[사색-98] 눈을 마주쳤을 때, 온몸에 전기가 흐름을 느꼈습니다. 저릿저릿함이 수 분간 이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나 여러 번 반문해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남자는 확신합니다.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불같은 떨림, 운명적 사랑.
산해진미가 놓인 식탁 테이블. 눈길은 그러나 음식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 멀리 떨어진 그녀에게로 향합니다. 그녀의 눈은 거대한 중력처럼 그를 끌어당겼습니다. 파란 호수처럼 빛나는 그녀의 안광이 그의 마음을 여러 번 흔듭니다. 그 역시 확신합니다. “그녀도 나를 좋아하고 있어.”
사내가 운명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녀 옆에는 어엿한 짝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남자. 그렇습니다. 운명적 사랑을 느낀 여인은 그의 외숙모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금단의 열매를 기어이 따먹고 말았지요.
‘금기’를 넘나든 사랑에 빠져든 남자의 이름은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위대한 작품으로 예술사의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전대미문의 해양사고를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에는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가정사가 파편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