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생명을 갉아먹는다… 매년 87만 명 ‘외로워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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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약 87만1000명의 죽음이 외로움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GETTYIMAGES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약 87만1000명의 죽음이 외로움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GETTYIMAGES
며칠, 길게는 몇 달 뒤에야 발견되는 죽음이 있다. 가족도, 이웃도 모른 채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 얘기다.

2024년 국내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 전년보다 7.2%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7.7명꼴이다. 숨진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임대인이나 경비원(43%)인 경우가 가족(27%)보다 많았다. 한국 노인이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축에 드는 건 어쩌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 50세 이상 인구의 사회적 고립도는 36.9%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1위였다. 비율 면에서도 OECD 평균(12.8%)의 3배에 육박했다. 빈곤율·자살률에 이어 고립도마저 최상위권인 셈이다.

문제해결 첫걸음은 외로움 측정

우리는 외로움을 개인이 견뎌야 할 감정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시각은 다르다. WHO는 2023년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만들어 외로움을 글로벌 공중보건 의제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매년 약 87만1000명의 죽음이 외로움과 연관돼 있다고 밝히는 보고서를 냈다. 실제로 사회적 단절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 치매 위험을 끌어올린다. 외로움은 마음을 넘어 몸을, 끝내는 생명을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 첫걸음은 ‘측정’이다. 외로움은 막연한 기분 같지만, 사실 혈압이나 혈당처럼 수치화할 수 있다. 학자들은 외로움을 “내가 바라는 관계와 실제 관계 사이의 빈틈에서 오는 고통”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북적이는 가족 안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살아도 충만할 수 있다. 핵심은 외로움이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혈압을 재듯이 동네 어르신의 ‘외로움 수치’를 정기적으로 살피는 것이 고독사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전국 단위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우리동네돌봄단’ 방문과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활용 안부 확인 등을 통해 시민의 외로움에 대응하고 있다. 방향은 옳다. 다만 센서가 알리는 것은 대개 ‘이미 벌어진 비극’이다. 그 전 단계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외로움은 더는 사적인 감정이 아니다. 외로움의 크기를 재고,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일. 그것이 노인의 마지막을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공중보건일 테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7호에 실렸습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대한검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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