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외국인력 고용 실태조사’
채용 1년 이후부터 생산성 내국인 90% 수준 돼
응답기업 57.7% “숙식 포함시 내국인보다 비용 높아”
국내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1명을 고용하기 위해 한달에 평균 302만4000원을 지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숙식비를 포함한 수치인데, 해당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의 57.7%는 이 때문에 실질적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용이 내국인 근로자 고용 비용보다 더 높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5일 발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1인 인건비는 평균 26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중기중앙회가 조사기관 매트릭스에 의뢰해 중소 제조업체 122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전화,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복합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0%포인트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한명에 지급되는 인건비는 기본급 209만원, 상여금 4만1000원, 잔업수당 42만5000원, 부대비용 8만2000원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1명당 숙박비로 한달에 19만원, 식비로 19만6000원을 추가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인건비에 숙식비용을 합친 실질 비용은 월 302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숙식비 포함) 수준이 내국인 대비 100% 이상이다’라고 응답한 업체가 57.7%에 달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을 100으로 놓을 때 외국인 근로자의 기간별 생산성 수준은 3개월 미만에는 55.8%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70.3% △6개월 이상 1년 미만 83.6% △1년 이상 2년 미만 92.8% △2년 이상 3년 미만 97.0% △3년 이상 99.5%로 올랐다.
응답 기업 100%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하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필요한 수습기간은 평균 4개월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생산성이 낮은 주요 요인으로는 의사소통 문제가 꼽혔다. 사업주의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 가장 큰 애로 요인((복수응답)으로 ‘의사소통, 낮은 한국어 수준’ 66.7%,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 49.3%, ‘문화적 차이’ 35.6%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으로 ‘출신 국가’ 76.7%에 이어 ‘한국어 능력’이 70.4%로 상위권에 들었다.
중소기업들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은 그만큼 일선 산업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이유로는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되면서’가 92.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국내 산업현장에 대한 내국인의 취업기피’가 90.2%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일단 한번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 오래 고용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최장 9년8개월 수준인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에 대한 적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들은 △현재 기간이 적정하다 28.7% △1~2년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20.0% △3~4년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18.1% △5년 이상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33.1%로 응답했다.
고용허가제 개선과제로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 54.6%이 가장 많고, 이어서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 50.5%, ‘고용 절차 간소화’ 42.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입국 전에 한국어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꼭 필요하고, 기초 기능 등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성실히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 지속 가능한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