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탁구장도 ‘무인점포’… 인건비 부담에 4년새 5배로

19 hours ago 2

임차료 인상속 최저임금 1만원 부담
“직원 있다고 장사 잘되는거 아냐”
초기 비용 적어 소규모 창업 러시
사진관부터 반려용품점까지 확산
“가맹점 외 포함땐 10만개 넘을것”

1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옷가게(왼쪽 사진)에 무인 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만 원(1만30원)을 넘어서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무인점포 창업이 늘고 있다. 업종도 탁구장(가운데 사진), 양말 가게(오른쪽 사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옷가게(왼쪽 사진)에 무인 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만 원(1만30원)을 넘어서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무인점포 창업이 늘고 있다. 업종도 탁구장(가운데 사진), 양말 가게(오른쪽 사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9일 오후 5시경 찾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근처 한 옷가게 앞. 마네킹이 전시된 통유리 진열창 한쪽에는 ‘의류 무인점’이라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게 출입문 옆 카드 단말기에 체크카드를 꽂자 ‘딸깍’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53㎡(약 16평) 남짓한 공간에는 탈의실과 함께 30벌이 넘는 옷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매장에는 직원 대신 키오스크가 한쪽 구석에 설치돼 있었다. 원하는 옷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스캔하면 결제된다.

옷가게를 지나 큰길을 따라 약 250m를 걷는 동안에도 10여 곳의 무인점포가 잇달아 눈에 들어왔다. 스터디카페, 사진관, 프린트카페, 소품숍, 탁구장 등 업종도 다양했다. 무인 옷가게 사장 이모 씨(26)는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었고, 매달 200만∼300만 원씩 나가는 인건비가 아까워 무인점포로 열게 됐다”며 “문을 열 때만 해도 무인 가게는 반려용품점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인점포 창업이 늘고 있다. 과거 세탁소,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사진관 등 한정된 업종에 머물던 무인점포는 최근엔 옷가게, 문구점, 탁구장 등 업종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전국 무인점포 신규 가맹점 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인점포는 2019년 대비 2023년에 4.81배로 증가했다. 2019년 신규 점포 수를 100으로 두고 연도별로 지수화한 수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이 아닌 매장까지 합한 전국 무인점포 수는 1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점포 급증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인건비 부담이 꼽힌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 ‘1만 원 시대’에 들어섰다. 내년에는 1만320원으로 인상돼 인건비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고물가 장기화로 임대료와 재료비까지 오른 데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도 올라가면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도난 문제나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인점포를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용 비용 부담으로 기존 점포를 무인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스터디카페 입구에는 ‘무인 운영으로 전환했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과거 직원이 상주하던 시절에 음료 주문을 받았던 카운터는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어서 음료를 주문할 수 없다. 스터디카페 매니저 김모 씨는 “상주 직원을 두고 카페를 운영한다고 매출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어서 무인 운영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초기 비용이 적어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무인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 비용은 약 8900만 원이다. 이에 비해 무인점포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5000만 원 정도로 시작할 수 있어 초기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고물가 장기화로 부업을 찾는 직장인들이 운영 부담이 적은 무인점포를 창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인건비 부담으로 기존 점포를 무인화하는 사례도 증가해 무인점포 확산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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