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전체를 위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하겠다”는 일념에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머스크의 소송에 오픈AI가 맞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갈등의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AI 주도권 싸움까지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픈AI "머스크, 우리 성장 늦추려 악의적 전술"
9일(현지시간) 오픈AI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머스크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소장에서 “머스크는 오픈AI를 무너뜨리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며 “그의 끊임없는 공격은 오픈AI의 속도를 늦추고 자시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선도적인 AI 혁신을 장악하려는 악의적인 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머스크에 대한 ‘맞소송’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초 법원에 올트먼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오픈AI의 설립 이념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발 더 나아가 법원에 오픈AI의 영리 기업 전환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올트먼의 ‘역린’을 건드린 건 지난 2월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이었다. 머스크는 “예전처럼 오픈AI를 오픈소스와 안전에 집중하는 회사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픈AI를 통제하는 비영리 조직을 974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평가받은 기업가치(3000억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오픈AI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가짜 입찰’로 규정했다. 오픈AI는 소장에서 “머스크는 오픈AI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는 자신이 통제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2억명 이상의 팔로워들에게 악의적인 캠페인을 펼쳤고 기업 기록에 대한 근거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인 불법 및 부당한 행위를 중단하고 회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 AI 패권 갈등으로 번져
두 사람 사이 갈등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 ‘안전한 AI를 개발하겠다’며 오픈AI를 공동설립했지만, 사업화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난 뒤 끊임없이 올트먼이 오픈AI의 설립 이념을 위반했다고 공격했고, 오픈AI가 지난해 영리법인 추진을 공식화하며 극에 달했다.
머스크와 올트먼이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주도권을 두고 싸우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로 꼽히는 머스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주도하게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머스크는 스타게이트 발표 직후 “그들은 돈이 없다”며 비꼬기도 했다. 이에 오픈AI는 이번 소장에 “머스크는 사적으로 스타게이트를 깎아내리려 했고 스타게이트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적시하며 맞불을 놨다. 현지 테크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재 두 사람 간 소송전의 본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정책 주도 싸움”이라며 “갈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