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중간수사 결과 발표
모의탄 투하 경로로만 세차례 비행… 다른 편대들은 실무장 경로로 연습
두 조종사, 표적 좌표 진술 엇갈려… 소속부대 전대장-대대장도 수사중
14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오폭 사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오폭 사고 당일인 지난달 6일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2대 편대가 이륙한 전북 군산기지에서 표적이 있는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까지는 14개 포인트로 구성된 비행경로가 설정돼 있었다. 14번째 지점은 살상 반경이 축구장 1개 면적에 달하는 MK-82 폭탄이 전투기 1대당 4발씩 총 8발 투하될 표적이었다.
그러나 해당 전투기 조종사 2명은 사고 전날까지 최소 3차례 예행연습을 했음에도 실제 폭탄 투하를 위해 설정된 14개 경로가 아니라 모의탄 투하용으로 설정된 6개 경로로만 비행했다. 사고 당일 실사격 훈련에 참여했던 전투기 5개 편대 중 이들 편대를 제외한 4개 편대가 최소 1번 이상은 실무장 비행경로로 사전 연습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군은 폭발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모의탄 장착 훈련 시엔 표적까지의 비행경로를 사실상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줄이지만 실제 폭탄 장착 시엔 인구 밀집 지역 등을 회피하기 위해 비행경로 좌표를 여러 개 추가하는 등 표적지까지 최대한 우회하는 방식의 경로를 설정한다.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고 직후 조종사가 위도 및 경도를 가리키는 총 15개 숫자의 표적 좌표 중 위도 한 자리 숫자를 잘못 입력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다만 실제 폭탄 투하 전 비행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실무장 비행경로대로 한 차례만 비행해 봤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다른 4개 전투기 편대는 실무장 비행경로로 연습 비행을 하며 정확한 실무장 좌표를 입력해 봤기 때문에 훈련 당일 좌표를 잘못 입력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무장 경로대로 연습 비행을 하지 않은 건 두 조종사 중 선임 조종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조종사는 사고 당일부터 현재까지 선임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부른 것인지, 후임 조종사가 이를 잘못 알아듣고 잘못 입력한 것인지 등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진술과 무관하게 두 조종사 모두 비행 전 좌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고, 사고 당일 육안으로 표적을 확인하지 않았으면서도 확인했다고 허위 보고하는 등 좌표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오폭 사고의 책임을 두 사람 모두에게 묻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두 조종사를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인 가운데 두 조종사가 소속된 부대의 전대장과 대대장도 조종사와 공범이라고 보고 조종사들과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전대장과 대대장은 조종사들의 훈련 준비 상태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는 등 오폭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확인됐다고 국방부 조사본부는 밝혔다. 군은 공군 관계자 7명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2명 등 9명에 대해선 소속 부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들은 사고 당시 상황 파악을 신속하게 하지 못해 상부로 즉각 상황 보고를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관련 조치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작전사령관(중장)에 대해서도 오폭 사고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할 예정이라고 국방부 조사본부는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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