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에 웬 '머선129'…출판계 'AI 딸깍번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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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3000년 전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 번역본에 난데없이 ‘머선129’(무슨 일이고), ‘알빠노’(알 바 아니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등 인터넷 신조어가 등장한다. 또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는 “프랑스 혁명의 요구는 결국 단순히 ‘실천 이성’이라는 보편적 요구어에 불과했다” 등 난해한 문장이 수두룩하다. 출판사도, 책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전문 번역가가 아닌 인공지능(AI)이 번역했다는 점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오디세이’의 인기로 원작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AI를 활용한 문학 번역의 품질 문제가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로 책 한 권을 손쉽게 만들어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에 이어, 제대로 된 감수 없이 AI에 번역을 맡기는 ‘딸깍 번역’까지 등장하면서 번역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일 이데일리가 교보문고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출간된 책 가운데 챗GPT·제미나이·인공지능·AI 등이 저자로 등록된 책은 약 5000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예스24가 소설·시·희곡 분야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AI 저자 등록’ 서적은 51종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만 해도 이 분야의 AI 저자 서적은 단 1권에 불과했다.

문학 번역은 단순히 단어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원문의 문체와 정서, 맥락은 물론, 작가의 의도까지 온전히 살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 번역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활용 도서가 늘어난 만큼, 출판사가 저자와 계약할 때 원고 작성 과정에서 AI를 어느 정도 활용했는지 명기하는 ‘AI 표시제’ 등 제도적 보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충분히 검증해 독자들이 오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를 어느 정도 활용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번역가와 출판사가 품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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