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단순 수출 시장 아닌 제2의 내수 시장”… 윈윈 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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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빌‧커머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각 사 제공

클라스빌‧커머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각 사 제공
미국에 가면 국내 대표 기업의 이름을 딴 초록색 도로 표지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예정지 주변엔 ‘삼성 하이웨이’, 세탁기 공장이 있는 테네시주엔 ‘LG 하이웨이’가 있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옆엔 ‘SK 도로’, 앨라배마주 자동차 공장 인근엔 ‘현대 도로’란 이름이 붙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한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내 평가와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에 뿌리내린 기업들의 노력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한미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처음 TV 공장을 지은 1982년 이후 40여 년 동안 꾸준히 미국 투자를 늘려 왔다. 2023년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직접투자(FDI)는 220억8438만 달러로, 40년 만에 1096배로 늘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2400여 개에 이르고, 2023년 기준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현지 일자리는 미 샌프란시스코 인구와 맞먹는 80여만 개나 된다. “미국은 한국의 단순 수출 시장이 아닌 ‘제2의 내수 시장’이 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세에도 현지 투자를 앞세워 정면돌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트럼프 2기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구매 등을 발표한 것만 540억 달러(약 80조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투자가 이미 집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된 사업도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양국에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 인구 3억4500만 명의 미국은 한국이 놓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고급 소비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직접 부딪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에도 한국은 와해된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핵심 파트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을 줄이기 위해 한국이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할 포인트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한편으론 핵심 인력과 기술이 유출되고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심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모체(母體) 공장인 ‘마더 팩토리’는 국내에 둬 제조와 연구개발(R&D)의 핵심 역량은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 정부도 이에 맞춰 산업 전략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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