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탄핵심판 최후변론에 나선다. 무제한 최후 진술이 허용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야당의 ‘줄탄핵’에 맞선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함께 탄핵에 이를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인지가 최종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연다. 헌재는 양측의 증거 조사와 최종 변론을 2시간씩 듣고, 정청래 소추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무제한 최후진술로 변론을 마무리한다. 과거 탄핵심판을 받은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불출석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3차 변론부터 한 달간 탄핵심판에 모두 출석했고, 이날도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후변론을 하루 앞둔 24일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과 마지막 변론 전략을 조율했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 내에서 직접 육필로 진술문을 작성하며 준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 삭감에 맞선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계엄이 대통령의 고도 통치 행위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계엄 선포 절차가 적법했는지는 뚜렷하게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형식적·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도 정면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남긴 체포 명단 메모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한 증언을 토대로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증인들의 신뢰성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탄핵 공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헌재 선고 승복 여부와 계엄 관련 공직자에 대한 사과 역시 최후진술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임기 단축 개헌’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윤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점에서 최후진술에서 이를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헌재는 변론 종결 후 재판관 평의를 거쳐 3월 중순 최종 선고할 전망이다. 이미 열 차례 변론과 16명의 증인 신문을 마친 만큼 이날 최후변론이 선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탄핵심판 선고는 계엄 선포 위헌 여부에 더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제시한 ‘법 위반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