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사교육 과열…"학업성취 효과 없고 자존감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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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영어학원에서 학부모가 아기를 안고 하원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시내 한 영어학원에서 학부모가 아기를 안고 하원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영유아 사교육이 과열되는 가운데 사교육이 아동의 학업성취나 정서 발달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이 학업과 정서 발달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2008년 4∼8월 출생한 215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한국아동패널 조사 결과를 활용해 3∼5세 때의 사교육 경험이 이후 초중등 때의 학업수행능력 등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분석했다.

아동의 지능, 부모의 소득 수준, 출생 순위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를 검증한 결과 사교육 경험은 초기 학업수행능력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미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이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이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1학년 아동 72명을 검사해 사교육의 단기적 영향도 살펴봤는데, 사교육 경험이 언어능력, 문제해결력, 집행기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서·행동적 측면에선 일부 효과가 확인됐다.

체육, 무용 등 신체 사교육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아동은 성실성과 타인 이해 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예술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집중력 부진을 겪을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학습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아동의 자존감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사교육만으로는 아동의 학업성취나 정서적 안녕을 장기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목적은 자녀의 성장과 발달이지만 실제 이러한 효과는 제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다"며 "사교육 횟수나 시간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유아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부모와 함께하는 경험으로 시간을 채워야 원하던 성장과 발달을 달성할 수 있음을 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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