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임? 해볼게요] 열차 운행 종료 후 역무원이 휴대전화 수색해 회수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어머, 어떡해!”
그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기자를 향했다. 지하철 안에 앉아 있던 승객들까지 “어떡해…”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걱정 어린 눈빛이 사방에서 쏟아지는데 휴대전화가 선로에 빠졌다는 사실보다 그 상황 자체가 더 민망하고 드라마 같았다. 게다가 다음 주 마감해야 하는 기사의 취재 내용이 그 안에 있었다. 휴대전화는 결국 돌아왔을까. 기자가 경험한 14시간의 선로 유실물 회수기다.
선로 유실물은 막차 종료 후 수거 가능휴대전화를 떨어뜨린 뒤 승강장에 설치된 비상 통화 장치의 ‘안내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신가요?”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철로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는데요”라고 말한 뒤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인파가 붐비는 승강장에서 소통이 쉽지 않았다. 위층 고객안전실로 곧장 올라갔다.떨어진 위치를 대략 알고 있으니 바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무원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열차 운행이 끝나야 선로에 들어가 수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열차 방향, 떨어진 자리, 휴대전화 기종과 색상, 이름과 연락처 등을 남겼다.
서울교통공사에 근무하는 역무원 이모 씨(29)는 “반대편 열차가 들어올 때 발생하는 바람에 안경이 날아가 선로에 떨어진 경우도 봤다”며 “출근 시간대 유실물이 발생해도 열차 운행이 끝난 뒤에야 수거가 가능해 시민들이 불안해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30분쯤 유실물 수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대를 물어보고자 고객안전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무원은 “열차 운행이 종료되고 대략 30분쯤 지나면 선로가 단전돼 내부 수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전 1시 30분 무렵이면 결과를 알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것보다 앞서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휴대전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노트북을 켜 휴대전화 위치 추적 기능을 실행했다. 휴대전화 위치는 여전히 을지로입구역이었다.
다시 고객안전실로 전화를 걸었다. “위치 추적을 해보니 휴대전화가 역 안에 있다. 떨어지면서 승강장 외부 선로(역과 역 사이)로 이동한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확인해줄 수 있냐”고 물으니, 역무원은 “혹시 몰라 모든 플랫폼을 찾아봤는데 없었다. 승강장 외 선로는 해당 구역 담당자만 들어갈 수 있다. 혹시 열차 방향을 착각하신 건 아니냐. 반대편은 내일 새벽에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역무원이 휴대전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기기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때 갑자기 위치 추적 지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휴대전화 위치가 역 중앙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곧바로 역무원에게서 “휴대전화를 찾았다. 진흙 속에 묻혀 있었다”는 연락이 왔다. 합격 통보라도 받은 듯 “감사하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 선로 부근이 어둡고 깊어 간혹 유실물이 진흙이나 물속에 들어가면 못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실물을 찾을 때는 신분증 제시
오전 5시 30분쯤 첫차를 타고 을지로입구역 고객안전실에 도착해 신분증 제시 후 휴대전화를 받았다. 진흙이 약간 묻어 있긴 했지만 카메라는 멀쩡했고, 다이소에서 사서 부착한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도 깨지지 않았다. 잃어버린 지 14시간 만의 귀환이었다.
열차 안팎 스크린에서 유실물 관련 캠페인 영상을 볼 때마다 쉽게 벌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일의 당사자가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휴대전화를 되찾은 뒤 기자는 한동안 손에서 폰을 놓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찾느라 고생한 역무원에게 칭찬 메시지도 적었다.
지하철 선로에 물건을 떨어뜨렸다면 즉시 직원에게 신고해야 한다. 비상 통화 장치를 이용하거나 고객안전실을 방문하면 된다. 이때 유실물 정보와 분실 위치를 정확히 알려야 수색에 도움이 된다. 역무원이 유실물을 수거하면 신분증을 지참해 역을 방문하면 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12호에 실렸습니다》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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