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열 관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냉각판을 통해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솔루션(CDU)' 등 냉난방공조(HVAC) 신기술을 올 상반기 중 공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LG전자는 에어컨 등의 사업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열 저감 솔루션'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에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오는 14∼1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전시회 '데이터센터월드(DCW) 2025'에서 액체냉각솔루션(CDU)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 LG전자가 DCW에 참가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LG전자는 HVAC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ES사업본부는 올 1분기 3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CDU는 AI 데이터센터 내에서 반도체의 열을 직접 냉각하는 기술이다. 금속 재질의 냉각판(콜드 플레이트)을 서버 내 열 발생이 많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직접 부착하고 냉각수를 냉각판으로 보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랙 밀도가 높고 대량의 칩 사용으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CPU와 GPU는 연산이 늘어날수록 발열량이 많아져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이 필수적이다다. LG전자가 활용한 칩을 직접 냉각하는 기술은 공기를 활용하는 냉각 방식에 비해 설치 공간이 작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냉난방, 센서, 반도체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CDU에 집약해 기술 안정성과 제품 효율성을 높였다. 예컨대 CDU에 적용된 가상센서 기술은 주요 센서가 고장나도 펌프와 다른 센서 데이터를 활용, 고장난 센서 값을 바로잡아 냉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킨다. 또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펌프를 통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냉각수만 내보내 에너지 효율이 높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CDU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글로벌 고객사의 AI 데이터센터에 본격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LG전자 칠러(대형 냉방 장치)의 대표 제품인 '무급유 인버터 터보칠러', 자체 개발한 고효율 팬과 모터를 적용해 공기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팬 월 유닛(FWU)도 공개한다.
액체 냉각과 공기 냉각 방식을 결합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조에 최적화한 하이브리드 솔루션도 공개한다. AI 기반 실시간 에너지 분석으로 건물의 통합 관리를 돕는 비컨(BECON) 시스템도 선보인다.
LG전자는 최근 평택 칠러공장에 AI 데이터센터 전용 연구개발(R&D)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서버 랙을 설치하고 CDU와 칠러, FWU를 통한 냉각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서버와 장비를 절연된 액체에 직접 담그는 액침냉각 방식에 대한 R&D도 진행 중이다. 액침냉각은 AI 데이터센터용 서버의 핵심장비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부사장)은 "LG전자는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뿐만 아니라 CDU 등 다양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보유한 준비된 플레이어"라며 "차별화된 HVAC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간거래(B2B)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