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다 성과급, 정규직보다 대기업”… Z세대 첫 직장 공식 바뀐다 [고용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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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모습. 2026.6.11 ⓒ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모습. 2026.6.11 ⓒ 뉴스1
취업준비생 조휘람 씨(28)는 정보기술(IT)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대학을 졸업한 뒤 1년간 따로 관련 교육을 받고 구직에 나섰다. 대학 졸업이 늦어진 데다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지고 있지만, 첫 직장만큼은 신중하게 고르겠다는 생각이다. 조 씨는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1년 뒤에는 다시 대기업 신입 공채에 지원할 것”이라며 “같은 직무라면 계약직이라도 규모가 큰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게 장기적으로 경력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의 첫 직장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규직’과 ‘고정 연봉’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핵심 조건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기업 규모와 성장 가능성, 성과에 따른 보상 구조를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첫 직장을 평생직장이 아니라 다음 직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고 보상도 고정급보다 성과와 연동된 구조를 선호하는 것이다.

● 중기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 선호

12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4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직장 선택 기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는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정규직을 택한 응답은 22%에 그쳤다. 청년 구직자들이 정규직 여부보다 기업 규모와 인지도, 직무 경력 등에 도움이 되는 직장을 더 희망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계약직을 택한 이유도 향후 경력 개발에 집중됐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택한 응답자 1130명 중 68%는 ‘기업 규모와 인지도가 이후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15%는 ‘업무 수준이나 배울 점이 더 많을 것 같아서’, 9%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였다. 반면 ‘복지·근무환경이 더 좋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8%에 그쳤다. 대기업 계약직을 임시직으로 판단하기보다 취업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 자산으로 여기는 셈이다.

첫 직장을 신중하게 고르는 분위기도 확인됐다. 52%는 첫 직장을 선택할 때 ‘원하는 곳이 아니면 기다린다’고 답했다.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간다’는 응답은 40%였다. ‘조건에 관계없이 일단 붙으면 간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취업난에도 10명 중 9명 이상이 첫 직장을 고를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다. 입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연봉(41%)이 꼽혔고 성장 가능성 및 직무 경험(22%), 기업 규모·인지도(13%) 등의 순이었다. 고용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2.19 ⓒ 뉴스1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2.19 ⓒ 뉴스1
● “대기업-중기 임금 격차 더 벌어졌다는 뜻”

보상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577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보상 구조’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연봉 4000만 원에 실적에 따라 0∼100% 성과급을 받는 구조’를 선호했다. ‘연봉 5500만 원에 성과급이 없는 구조’를 택한 응답은 40%였다. 당장 고정 연봉이 1500만 원 더 높은 조건보다 성과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한 응답자가 더 많은 것이다.

기업을 선택할 때 보상 제도도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82%는 기업을 선택할 때 보상 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냈을 때 희망하는 가장 이상적인 보상 방식은 ‘성과급 지급·확대’가 59%로 가장 많았다. 성과급 배분 방식도 49%는 ‘성과에 따른 차등 배분’을, 34%는 ‘기본 금액은 균등하게 지급하고 추가 금액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전체 응답자의 83%가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 방식을 희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구직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봉뿐만 아니라 실적이 좋았을 때 임직원에게 수익을 나누는 보상 체계가 ‘첫 직장은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대기업 계약직 경력은 정규직 전환이나 다른 대기업 이직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호하는 현상은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보상 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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