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국 수석' 카이스트 온다…한국행 택한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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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 학생 호앙 흐엉 장. 사진=베트남 노동총연맹 기관지 '라오둥'

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 학생 호앙 흐엉 장. 사진=베트남 노동총연맹 기관지 '라오둥'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만점에 국제공인 영어능력시험(IELTS 8.0), 베트남 고교졸업시험(A01) 전국 공동 수석을 휩쓴 현지 최상위권 학생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진학을 선택했다. KAIST를 택한 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 학생 호앙 흐엉 장은 삼성 후원 장학금을 받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한국에서 4년간 KAIST 컴퓨터공학을 배울 예정이다.

삼성, 반도체·AI 등 해외 인재 양성 '총력'

이 사례는 삼성의 해외 인재 양성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베트남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5개국과 파키스탄·튀르키예·알제리·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코딩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올해 반도체 교육도 새롭게 추가했다.

삼성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대표 교육 사업은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다. 201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기준 40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삼성은 이 사업을 통해 현지 청년들이 AI, IoT, 빅데이터, 코딩·프로그래밍 등 미래 기술 역량을 익히도록 지원해왔다.

가장 속도를 내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삼성베트남은 지난 4월 베트남 박닌성에서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2026'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레투인하이테크베트남과 함께 운영한다. 기존 AI·IoT·빅데이터 과정에 반도체 교육을 처음으로 추가했다. 올해 약 20개 대학·전문대와 협력해 2200여명을 교육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 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 이에 맞춰 삼성은 입문·기초·고급 단계별 반도체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교육 품질과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 양성 방식도 도입한다. 삼성은 베트남·한국 기술대학에 고급 기술인재 개발센터도 열어 STEM 랩, XR·VR 실습실, 반도체 시뮬레이션 랩 등을 갖췄다.

지난달엔 하노이국립대 공과대학·우정통신기술대학·하노이과학기술대와 2026~2028년에 걸쳐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 분야는 교육, 연구, 인력 개발, 장학금, 인턴십, 채용 등이다. 이 기간 정보기술, AI, 전자통신, 멀티미디어, 정보보안 분야 우수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총 170억동에 가까운 장학금을 지원한다. 2012년 이후 베트남 대학 협력 사업에 투입한 누적 금액은 1800억동 규모로 알려졌다.

대학·대학원 협력해 'AI 인재' 선점

삼성은 베트남 외에도 UAE·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 등 GCC 5개국에서 지난 3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수료생 216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같은 해 12월 중순까지 350시간에 걸쳐 AI, 머신러닝, 통계, 알고리즘, 파이썬, 딥러닝, 데이터사이언스, 자연어처리 등을 배웠다.

파키스탄에선 지난 3월 두 번째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과정이 시작됐다. 이는 라호르·카라치·이슬라마바드 협력 캠퍼스에서 운영된다. 학생들은 270시간의 AI 과정, 80시간의 캡스톤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삼성은 취약계층 학생과 여성 참여 확대도 강조했다.

튀르키예에선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18~29세 청년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튀르키예는 202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간 688명이 졸업했다. 졸업생 중 90%는 취업에 성공했다. 교육 과정엔 AI 350시간, IoT 240시간, 코딩·프로그래밍 87시간이 포함됐다.

아프리카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알제리에선 국립컴퓨터과학학교(ESI) 학생 40명이 약 3개월간 AI 교육을 받고 캡스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남아공에선 더반공과대와 협약을 맺고 60명을 대상으로 파이썬 코딩·AI 등 기술 교육을 운영하기로 했다.

청소년도 '예비 인재'로 육성…"시장 변화 선제 대응"

청소년 대상 사업으로는 '솔브 포 투모로우'가 진행된다. 솔브 포 투모로우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도록 지원하는 삼성의 글로벌 교육·경진 프로그램이다. 인도에선 올해로 5번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4~22세 학생들이 AI 생활, 보건·교육, 환경 지속가능성, 스포츠·기술을 주제로 참여한다.

상위 4개팀은 인도공과대학 델리캠퍼스(IIT델리)에서 총 2억루피 규모의 인큐베이션 지원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2010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 68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누적 참여자는 300만명을 넘었다.

삼성은 지역별로 중점을 두는 교육 분야에 차이를 두고 있다. 베트남에선 반도체·AI 인재를 대학·대학원 단계에서 육성하는 데 집중한다. 인도에선 청소년 혁신가를 발굴한다. GCC 5개국과 파키스탄·튀르키예 등에선 AI 실무 교육, 취업 가능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 남아공·알제리에선 청년 실업, 디지털 인력 부족을 겨냥한 기술교육을 지원한다.

삼성의 인재 양성 지원은 반도체와 AI 인재 확보가 국가 간 산업 경쟁의 일환으로 번진 상황에서 해외 생산·연구 거점의 미래 인력 풀을 확장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나기홍 삼성 베트남 전략협력실장은 "AI 시대에 삼성은 시장의 빠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도화된 고숙련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이라는 핵심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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