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들은 옆자리 신입 동료의 실직 가능성은 훨씬 높게 점쳤다. “나쁜 일은 나보다는 남에게 일어난다”는 심리학의 ‘낙관적 편향’이 AI 시대 고용 불안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 앤트로픽, 클로드 이용자 9700명 조사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경제지수(Economic Index) 보고서 ‘케이던스(Cadences)’를 공개했다. 자사 AI 챗봇 ‘클로드’ 이용 데이터를 시간 단위로 분석하고 약 9700명의 이용자 응답을 개인정보 보호 방식으로 실제 사용 기록과 연결했다.클로드 사용기록에는 생활 패턴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개인적 대화 비중은 평일 약 35%에서 주말에는 50% 가까이로 늘었고, 뉴스 관련 질문은 오전 7시, 업무 이메일 작성은 오전 10~11시, 요리 레시피 요청은 오후 6시에 몰렸다. 수면 상담은 새벽 시간대에 집중됐다. 전체 대화의 93%는 문서·보고서·설명·가이드 등 구체적 결과물 제작으로 이어졌다.
● “내가 실직할 확률은 10%, 신입 동료는 60% 이상”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용 전망 설문 결과다. 응답자 3분의 1 이상은 12개월 안에 AI가 자신의 업무 대부분 또는 거의 전부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본인이 실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약 10%에 그쳤다.타인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주니어(신입급) 동료가 1년 내 일자리를 잃을 확률을 60% 이상으로 평가했다.이런 인식 패턴은 다른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AI가 향후 20년간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31% 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낙관적 편향으로 설명한다. 자신에게는 부정적 사건이 남보다 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 AI, 美기업 인원감축 사유 4개월 연속 1위
이용자들의 낙관이 근거 없는 착각만은 아니라는 자료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에서 실직 경험자 중 해고 사유로 AI·자동화를 지목한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AI 때문에 내가 잘렸다고 체감하는 근로자가 드물다는 뜻이다.반면 거시 지표는 다소 다른 신호를 보낸다. 미국 재취업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기업 인원감축 사유 중 23%인 10만 여 건이 ‘AI’ 였으며, 6월에는 4개월 연속으로 AI가 인원감축 사유 1위(31%)에 꼽혔다.
‘신입이 위험하다’는 응답자들의 직감도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신입급 채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노동시장 데이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앤트로픽이 지난해 말 자사 엔지니어들을 조사한 내부 보고서에서도 AI 도입 이후 신입 채용이 줄었다는 관찰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이번 케이던스 보고서 설문은 약 30%가 컴퓨터·수학 직군, 23%가 관리직으로 AI를 이미 적극 활용 중인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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