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수백억 취득세 폭탄 …지방산단 '비상'

2 days ago 4

지방세 관련법 현실반영 안돼
신탁 방식으로 산단 개발하면
취득세 35% 감면 혜택 못받아
3년전 종부세 사태 재현 우려

천안에 위치한 한 산업단지 전경.  천안시

천안에 위치한 한 산업단지 전경. 천안시

충남 천안의 한 산업단지는 사업비 1700억원을 들여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목표 준공 시점은 2025년. 인근에서는 산업단지 조성에 대해 고용 창출과 함께 소비 활성화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단지는 최근 예고된 '세금 부담' 탓에 고민이 크다. 산업단지 사업자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렸고 이 과정에서 토지 소유권이 수탁사로 이전됐다.

이 산업단지 관계자는 "토지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된 상태에서 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취득세를 감면받지 못한다"며 "준공 시점까지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13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전국에서 산업단지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취득세 감면 제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취득세 납부 시기가 도래하는 산업단지의 총사업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취득세 부담은 산업단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취득세 감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방세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간 충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지역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단지 개발 시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취득세와 재산세가 각각 35% 감면된다. 재산세의 경우 수도권 외 지역은 60%까지 감면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이 같은 감면 혜택을 사업시행자가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만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단지 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할 때 외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일이 필수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자는 사업용 토지를 담보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담보신탁된 부동산은 신탁법에 따라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된다.

이렇게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에서 산업단지가 준공되면 사업시행자가 아닌 토지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취득세 납세의무를 지게 된다. 지방세법에서 신탁된 토지의 지목 변경에 따른 취득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업시행자는 산업단지 취득세 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한 산업단지 관계자는 "산업단지 개발사업 절차상 대부분의 사업자가 담보신탁을 해지하지 못한 채 산업단지가 완공되고 지목 변경이 완료된다"며 "이 때문에 사업자가 취득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021년 전국 산업단지를 덮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사업시행자에 수탁자인 금융기관이 들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에서 대법원이 '시행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토지담보대출을 한 산업단지들이 세금 수천억 원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0년대 들어 신탁 방식을 활용한 개발사업이 급증한 만큼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을 신탁해 안정성을 보장받고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지만 세법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인 종부세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국회에서 수탁자에 대해서도 감면 혜택이 부여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보유세 역시 신탁은 조세 감면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만큼 취득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개정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일관성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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