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생가는 모두 명당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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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의 웰빙 풍수] 생가 주위 둥근 가마솥 모양 산 위치… 산 능선 끝나는 지점도

이재명 대통령 고향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 설치된 ‘제20대 대통령후보 이재명 생가터’ 팻말. 한 주민이 지금은 밭이 된 생가터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 고향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 설치된 ‘제20대 대통령후보 이재명 생가터’ 팻말. 한 주민이 지금은 밭이 된 생가터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 마을(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이 최근 전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평일 80~100명, 주말에는 200~300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 대통령 생가터에서 집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는 밭으로만 사용되는데, 방문객들은 ‘이재명 생가터’라고 적힌 팻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주변 경치를 살펴본다. 한적하기만 하던 산골 마을이 대통령 탄생지라는 이유로 관광 명소가 된 것이다.

조상 묘보다 지금 사는 집 풍수가 더 중요
최고 정치 지도자가 살던 곳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그가 태어나 네 살까지 살았던 뉴욕주 퀸스의 생가 역시 명소가 됐다. 대지 430㎡(약 130평)의 2층 단독주택인 이 집은 2017년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했을 무렵 시세보다 2배 비싼 214만 달러(약 30억 원)에 매각된 바 있다. 이때 집을 사들인 중국계 회사는 ‘트럼프 생가(Trump Birth House)’라는 이름을 붙이고 단기 임대를 통해 임대료 수익을 톡톡히 올렸다. 트럼프가 태어난 침실에는 “이 침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신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안내문도 붙여놓았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이라는 풍수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에도 사람이 태어나 탯줄을 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을 각별히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태어난 터의 기운이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다. 터의 좋고 나쁨에 따라 아이의 재능이 크게 발전하거나 반대로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조선 명문가들이 산실(産室)을 따로 마련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곳에 아이 낳는 방을 마련해 후손의 미래를 ‘관리’한 것이다.

조선 전기 문신으로 ‘조선 5현’으로 불리는 일두 정여창(1450~1504) 선생의 고택을 봐도 이 점이 확인된다. 경남 함양에 있는 고택 전체에서 안채 며느리방이 가장 기운이 좋은 곳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좋은 산실은 때로 국왕조차 탐을 냈다. 조선 성종은 한양에 있는 광주 이씨 종갓집 산실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잠시 빌려 왕자를 낳게 했다.

생가 기운이 후손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중국 풍수지리서 ‘황제택경’에도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조상의 유해를 모신 묘지가 흉해도 자손들이 사는 집터가 길하면 그 식솔들이 명예와 풍요를 누리며 잘살 수 있고, 반대로 묘지가 길한 반면 집터가 흉하면 자손이 먹고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 풍수 연구가들은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각 후보의 생가를 찾아 당선 가능성을 점치곤 한다. 흥미롭게도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생가는 풍수적으로 명당터에 해당한다. 게다가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도 있다. 첫째, 역대 대통령 생가 주변에는 눈에 띄는 산이 있다. 이승만, 이명박,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생가가 불명확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생가 근처가 완전히 개발돼 옛 풍경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 보면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생가 주위에는 예외 없이 둥그런 가마솥을 엎어 놓은 듯한 금형산(金形山)과 옛 기와지붕 모양의 토형산(土形山)이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풍수지리서 ‘양택십서(陽宅十書)’에서 “집 문 앞에 평탄하거나 원형인 산이 있을 때 길하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토형산은 왕이 사는 대궐집 같은 모양이라 권력 기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되곤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경북 구미시 박정희로 107)에서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천생산(407m)이 대표적 사례다. 천생산은 오행(五行)상 토(土) 기운으로 해석되는데, 모든 기를 포용하는 중심적인 힘이라 왕기(王氣)가 서렸다고 본다.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금(金) 기운 장이 펼쳐져 있다. 동아DB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금(金) 기운 장이 펼쳐져 있다. 동아DB
둘째, 대통령을 배출한 생가터 모두 산 능선이 평지 쪽으로 내려와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산 능선이 끝나는 곳을 풍수 용어로는 산진처(山盡處) 혹은 용진처(龍盡處)라고 한다. 곧 명당의 혈(穴)이 맺힌 곳을 의미하며, ‘양택십서’에서는 “사람이 거처할 집에서는 그 내려오는 산 능선의 기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소가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충남 아산시 둔포면 해위길52번길 29)와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경남 거제시 장목면 옥포대첩로 743-1)다. 두 가옥 모두 동네 한가운데로 뻗어 내려온 산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두 대통령은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만큼 생가터의 기운을 온전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잣집 태생인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가난하게 태어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생가가 동네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에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집 뒤에 바로 산 능선이 이어지는 것은 동일하다. 이 같은 동네 주변부의 생가는 오른쪽 산줄기(백호)가 아닌, 왼쪽 산줄기(청룡)에 자리 잡은 것이 특징이다. 풍수에서 청룡은 권력, 백호는 부를 상징하는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충남 아산에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사랑채. 산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에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사랑채. 산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아산시 제공
‘인걸은 지령’이라는 터의 논리
역대 대통령 생가터의 마지막 공통점은 모두 좋은 기장(氣場·에너지 필드)이 뚜렷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군인 출신인 박정희, 전두환(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2길 12-3), 노태우(대구 동구 용진길 172) 전 대통령 생가에는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금(金) 기운 장이 펼쳐져 있다. 노무현(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 박근혜(대구 중구 동성로5길 25, 현재 상가 건물로 바뀜), 문재인(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1길 27) 전 대통령 생가에서도 권력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한편 대통령 생가 가운데 가장 불가사의하게 여겨지는 곳이 이재명 대통령 집터다. 이곳은 산과 산 사이 계곡에 해당하는데, 풍수에서 가장 흉하게 여기는 지형이다. 골짜기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치는 곳은 집안이 평온하기 어렵고 건강과 재물운도 불리한 것으로 풀이한다. 이 터를 보면 이 대통령이 불우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 연상될 정도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풍수 논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진 인물이라거나, 그가 태어난 장소가 현재 알려진 곳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외가인 경북 영양군 청기리에서 태어난 것으로도 전해진다. 영양 지역 신문들은 이 대통령이 당선하자 ‘영양의 외손’이라고 칭하면서 그가 영양 출신임을 공공연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청기리는 경북 문화유산 청계정과 영양취수당, 독립운동가 오석준 선생 기념관 등이 있는 명당 마을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생가터일 개연성이 크다. ‘인걸은 지령(뛰어난 인물은 영험한 땅에서 난다는 뜻)’이라는 터의 논리는 모든 사람에게 통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4호에 실렸습니다.]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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