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에 ‘찌르는 듯한’ 불쾌한 감각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피로나 성장통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 증상은 ‘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s Syndrome)’이라는 신경계 질환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텍사스에 사는 11세 소녀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아이는 “다리가 찌릿찌릿하다”며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 자다 일어나 걷기도 했다.
이 증상은 3년간 지속됐다. 짜증이 잦아지고 성적도 떨어졌다.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을 때는 벤치에서 잠들 정도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렸다. 결국 소녀는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가만히 있으면 더 괴롭다… 움직이면 잠시 완화
하지불안증후군은 신경계의 만성 질환으로, 다리나 팔 등에 불쾌한 감각과 함께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 존 윙켈먼 박사는 “이 질환은 움직여야 한다는 강한 충동과 불쾌한 감각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이를 ‘간지럽다’, ‘찌릿하다’, ‘욱신거리다’, ‘무언가 기어 다니는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증상은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지고,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주로 다리나 팔, 어깨 등에 이상 감각이 생기며,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동반된다. 드물게는 코끝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진단 기준(세계하지불안증후군연구회 제안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다리(또는 팔)에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든다. (불쾌한 느낌을 동반)▲ 휴식 중에 증상이 악화된다.
▲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시작되거나 심해진다.
▲ 다른 의학적 또는 행동적 질환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철분 부족하면 위험↑… 여성, 임신부, 채식주의자도 고위험군
전문가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유전 요인과 철분 결핍을 꼽았다. 유전적 소인은 발병 예측률의 약 20%를 차지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높다. 또 체내 철분이 부족하면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SSRI 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RLS에 취약하며, 여성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위장관 출혈 병력이 있거나, 생리량이 많거나, 헌혈을 자주 하는 사람은 철분 결핍 위험이 높다. 임신 중이거나, 투석 중인 환자, 채식주의자, 빈혈 환자도 고위험군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지만, 어린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장통으로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습관·카페인·피로 관리가 첫걸음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철분 수치와 함께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커피·녹차 등 카페인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음주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찜질, 마사지, 걷기 등도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추운 환경보다는
다리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특히 철분 수치가 낮거나 경계 수준인 경우 경구 철분제나 정맥 철분 주사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을 방치하면 낮 동안의 피로감,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 등 삶의 질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필요시 수면 전문의 상담과
페리틴 검사(Ferritin, 혈액 철분 함량)를 받아볼 것”을 권장했다.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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