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뉴욕타임스(NYT)는 호르무즈 해협발 원유 부족으로 인한 사재기가 벌어져 실제 공급 감소 이상의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이 에너지 물량을 선점하고 수출을 제한하면서 저발전국들에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 일본, 총리 나서 멕시코서 ‘원유 영끌’
NYT 등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항공유 확보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정제유 수출을 중단하는 한편 대규모 저장 시설을 활용해 원유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일본의 한 정유공장 [AP/뉴시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4/23/133801254.1.jpg)
이번 멕시코 도입 물량은 일본 하루 원유 소비량(약 170만 배럴)의 약 60%에 불과하지만, 멕시코산 원유 루트를 다시 뚫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원유 수입처는 2016년만 해도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에 이어 멕시코가 7위였지만 최근엔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세계 11위 산유국으로 세계 원유시장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입의 ‘탈중동’ 바람이 가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산유국과 새롭게 원유 공급에 합의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반면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외환 보유고가 부족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저개발국들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급등하는 유가를 감당하지 못해 연료 배급제부터 주4일 근무제까지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원유의 90%를 걸프국에서 수입하는 필리핀은 지난달 휘발유가 폭등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에서 주4일 근무와 보조금 지급, 유류세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인도에선 가정용 액화석유가스(LPG) 수급 불안이 커져 당국이 긴급 공급에 나섰고, 태국은 모든 관공서에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집트는 상점과 식당의 영업시간을 밤 9시로 제한했다. 일부 국가에선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연료 배급제도 부활했다. 스리랑카는 일반 승용차와 오토바이의 주간 주유 한도를 각각 15L와 5L로 제한했고, 미얀마는 QR코드로 연료구매를 추적하는 디지털 배급 시스템을 가동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재기처럼 ‘정글의 법칙’ 재현에너지 양극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이 마스크 등 보호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백신 사재기 경쟁을 벌였던 때와 유사한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NYT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부 국가들은 백신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조차 사재기했다”며 “2차대전 이후 체제는 국경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전제로 구축됐으나, 국가단위 사재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국경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사벨라 웨버 미 메사추세츠대 교수는 현 상황을 “정글의 법칙의 현장이 됐다”고 진단했고,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각국이 생존모드에 돌입했다”고 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공동성명에서 에너지 비축 및 수출 금지 자제를 촉구했다. 이는 중국과 태국이 자국 수요를 위해 항공유 수출을 중단한 직후에 발표됐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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