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아"…K중고차 수출 첫 70억弗 돌파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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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 쏘렌토는 없어서 못 팝니다. 한국 중고차는 가성비가 좋다고 알제리에 소문이 났어요.”

지난 9일 경기 안성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에서 만난 알제리 중고차 딜러 카이야는 “매년 한국 중고차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서툰 한국어로 이처럼 말했다.

알제리뿐 아니다. 이날 경매가 열린 6만2945㎡ 규모의 롯데오토옥션 주차장(사진)에선 몽골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딜러들이 전시된 1500대가량의 중고차를 쉴 새 없이 살피고 있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중고차는 1203대. 현대자동차·기아 차가 1082대로 가장 많았고 KG모빌리티, 한국GM, 르노 등에서도 91대 출품됐다. 롯데렌터카가 4~5년가량 빌려준 차량이 매물의 60%를 차지했다.

경매장은 2층에 있었다. ‘딩동댕, C라인 830번’ 안내음이 울리자 스크린엔 2021년형 쏘나타가 등장했다. 시작가는 950만원. 수십 명의 딜러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가격은 5만원씩 올랐다. 최종 낙찰가는 1095만원. 김용균 롯데렌탈 경매운영팀장은 “과거엔 경매장 500석에 사람이 꽉 찼지만 요즘엔 대부분 스마트폰과 PC로 참가한다”고 했다.

이렇게 낙찰된 차량의 3할은 수출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대형 수출업체가 주로 사갔다면 최근엔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개인 사업자가 늘었다”며 “전쟁 이후 신차 구입이 어려워진 러시아와 그 주변국, 내전이 끝난 시리아 등에서 한국 중고차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고차 수출액은 키르기스스탄이 7억6716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2억4642만달러) 아랍에미리트(UAE·1억4969만달러) 요르단(1억2809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올해 1~4월 중고차 수출액은 24억8489만달러(약 3조4000억원)로 1년 전보다 79%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중고차 수출이 70억달러(약 8조원)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중고차 수출액이 19억6283만달러이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수출이 3배 넘게 많아진 것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신차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고차산업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완성차 제조사를 비롯해 렌터카 회사와 플랫폼 회사 등이 중고차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해 중고차 사업을 키울 것을 예고했다.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터카는 지난달 소매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입했고, SK렌터카는 다음달 충남 천안에 첫 중고차 경매장을 연다. 직영 중고차 거래 플랫폼 1위 케이카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세 예측 기능인 ‘마이카’를 4월 도입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안성=신정은 기자 nam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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