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한파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시대 한·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미·중 시장의 디커플링(분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며 “통상 정책 대화를 통해 경제안보 등 정보 공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문화 등 서비스 분야 한·일 시장의 통합이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특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싫어한다기보다 일본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게 더 문제였다”며 “세계정세 격변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쓰카모토 소이치 오비린대 교수는 “한·일 양국 모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축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중국에는 경계하며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간 느슨한 형태의 협력도 추구해야 한다”며 “한·일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끌어가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양국 경제 관계는 정치 문제와는 전혀 별개”라며 “두 나라 경제 시스템은 시장 통합을 목표로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일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경쟁은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플러스섬(plus sum)’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사 등 한·일 갈등 요소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은 대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기미야 특임연구원은 “과거사 등 문제 때문에 협력도 할 수 없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며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