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피스타치오 크림으로 만든 두바이 초콜릿 수요가 급증한 반면 피스타치오 주산지인 미국의 생산량은 오히려 감소하며 1년 새 35% 가까이 올랐다.
◇틱톡 조회 수 1억2000만 회 ‘화제’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피스타치오 커널(껍질을 깐 피스타치오) 가격은 파운드당 10.3달러로 1년 전(7.65달러)에 비해 34.6% 급등했다.
가격 급등 배경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초콜릿 브랜드 ‘픽스’가 있다. 픽스가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중동식 면)을 초콜릿을 감싼 초콜릿을 출시하면서다. 이 제품을 먹는 틱톡 영상이 2023년 12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조회 수 1억2000만 회를 넘겼다. 두바이 현지에서는 여전히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초콜릿이 유행하면서 피스타치오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피스타치오 수요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10만t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전 세계 피스타치오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미국 생산량이 감소하면서다. 미국의 올해 2월까지 지난 1년간 생산량은 50만3230t으로 전년 동기(67만5853t)보다 25% 감소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뭄 등으로 흉년이 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스타치오는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데 작황 부진에 고환율까지 겹쳐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생산량은 2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났지만 지난해 여름 폭염과 전력 부족에 따라 품질이 떨어졌다.
◇2배 넘는 값에도 없어서 못 팔아
세계적으로 두바이 초콜릿 수요는 여전하다.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가 출시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영국에서 145g 기준 1만8000원으로 일반 초콜릿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지난해 여름 두바이 초콜릿을 내놓으며 흥행했다. 두바이 초콜릿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판매한 CU는 출시 6개월 만에 200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웠다. 4000원짜리 단일 상품 매출로는 최단 기록이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CU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쓸어 담고 있다. 올해 1~3월 CU 택스 리펀드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2위가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간식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체브랜드(PB) 피코크 상품으로 피스타치오 초코볼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이 제품 매출이 지난해 11월보다 1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에서는 지난해 8~10월 피스타치오 판매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피스타치오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