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도민안전시스템’ 참여 담당자 수기집 발간
“엄마, 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지난 4월 제주경찰청으로 112 신고가 들어왔다. 짧은 정적 후 ‘뚝’ 끊기는 신고가 한 달 동안 365회나 이어졌다. 경찰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지적장애 1급 30대 남성 A씨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화기 너머로 그가 전하고 싶었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제주경찰청 도민안전시스템(JSS)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파출소와 동사무소,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복지관,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참여했다. 그의 어머니가 정신 이상 증세로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하면서 A씨도 함께 단절돼 자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전화번호인 ‘112’를 눌러왔다는 게 드러났다.
모자를 분리해 A씨는 보호시설에서 지내게 하고, 그의 어머니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을 때 A씨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흘 뒤 제주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A씨를 경찰이 발견했다. 곧바로 보호시설에 인계된 A씨는 탈장과 혈액암 의심, 극심한 영양결핍과 빈혈 증세를 보였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모친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때 A씨가 어머니에게 전화해 외쳤다. “엄마, 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결국 A씨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의료진의 긴급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긴급 수혈을 받았고, 입원 치료 후 무사히 보호시설로 돌아왔다. 그리고 A씨의 어머니도 JSS를 통해 행정 입원을 하게 됐고,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서 정신도 맑아졌다. A씨의 모친 역시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지적장애 아들을 홀로 키워낸 피해자였다.
만약 여러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속사정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그의 신고는 지적장애 남성의 장난 전화로 치부돼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수 있었다. 고단한 고비를 넘긴 그 모자가 남은 생을 무탈하고 평온하게 보내기를 소망한다.(고희전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학대예방경찰의 수기 ‘어느 봄날, 애달팠던 울림 112’ 요약)
제주경찰청 도민안전시스템(JSS)을 통해 경찰과 상담사들이 지켜낸 일상이 담긴 수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발간됐다.
JSS는 경찰과 지자체, 병원, 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의 모든 기능이 협력해 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동 대응 시스템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2월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치안 약자들을 보호·지원하는 72개 유관기관과 함께 ‘JSS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JSS를 통해 경찰과 참여기관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며 위급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게 경제·의료·안전 지원을 제공한다. 팔요한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보호기관과 복지시설, 병원 등으로 연계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발간한 수기집에는 경찰과 JSS 참여기관 상담사들이 작성한 수기 28편이 담겨 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경찰의 임무는 범인 검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치안의 완성은 피해자가 일상의 평온을 되찾고,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일어서는 순간 이뤄진다”며 “앞으로도 JSS를 통해 치안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는 동시에 JSS가 전국적인 치안 시스템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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