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구자욱이) 살아날 거라 믿고 있다.”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이 끝난 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말이었다. 과연 사자군단의 정신적 지주 구자욱은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삼성에 지명된 구자욱은 삼성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통산 1352경기에서 타율 0.318(5228타수 1664안타) 186홈런 882타점 14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0을 찍었다. 올해에도 142경기에 나서 타율 0.319(529타수 169안타) 19홈런 96타점 OPS 0.918을 적어냈다.
그러나 구자욱은 가을 무대 들어 웃지 못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다행히 SSG랜더스와 만났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머물렀지만, 2차전(4타수 1안타)과 3차전(4타수 2안타 1타점), 4차전(2타수 1안타) 모두 안타를 생산하며 반등하는 듯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다시 타격감이 싸늘하게 식었다. 18일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이라는 만족 못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회초에는 상대 선발투수 코디 폰세와 투구 간 인터벌 및 피치클락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렸지만, 그게 전부였다.
2차전에서도 부활하지 못한 구자욱이다. 1회초 1루수 땅볼, 3회초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4회초에는 아찔한 주루사까지 나왔다. 1사 1, 2루에서 1루수 땅볼을 친 뒤 1루 주자가 2루에서 포스 아웃 되는 사이 1루에 살아나갔지만, 뒤이은 르윈 디아즈의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에 3루와 홈 부근에서 횡사했다. 정황상 주루 코치와 사인 미스가 난 것으로 보였다.
이후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6회초 2루수 땅볼로 돌아선 뒤 8회초에는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다. 그렇게 구자욱의 플레이오프 2경기 성적은 7타수 무안타 2타점으로 남아있다.
2차전이 끝난 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주루사 상황에 대해 “스톱을 시키는 타이밍인데, 그게 안 맞았던 것 같다. 저도 3루 베이스 코치를 해 봤지만, 그 타이밍을 잡는 게 힘들다. 특히 2아웃 때 더 힘들다. 이번 경우는 타구가 선상까지 가니,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뛰었던 것 같다. 사인을 보는 게 늦을 수 있다. 멈추기 힘들었던 것 같다. 선수들이 이종욱 코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있진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타구를 외야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장의 신뢰는 여전했다. 박 감독은 “(구자욱이) 좋아질 것이다. 믿고 있다. 타선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구자욱만 살아나면 좋겠다”고 고개를 끄떡였다.
현재 삼성 타선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연달아 한화 에이스들을 꺾은 까닭이다. 1차전에서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6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8탈삼진 6실점 5자책점)를 혼쭐냈으며, 2차전에서는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4이닝 9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5실점)를 조기 강판시켰다. 이런 와중에 구자욱마저 살아난다면 삼성의 공격력은 한충 더 극대화 될 수 있다.
박진만 감독은 “언젠가는 (구자욱이) 살아날 것이다. (구자욱을 다른 타순에 배치하는) 타선 변화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살아날 거라 믿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과연 구자욱은 3차전에서 반등하며 사령탑의 기대에 응답할 수 있을까.
한편 삼성은 3차전 선발투수로 우완 아리엘 후라도(15승 8패 평균자책점 2.60)를 내세울 전망이다. 이에 맞서 한화는 좌완 류현진(9승 7패 평균자책점 3.23)이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