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꿈꾸고 입사했는데…돼지우리에서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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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꿈꾸고 입사했는데…돼지우리에서 일하는 이유

글로벌 주요 회계법인이 지난해 회계감사 인력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인력을 뽑기 위한 채용공고를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기업감사 및 컨설팅에 활용되면서 회계법인의 채용 구조와 수익 모델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은 현장실사 등 AI가 하기 어려운 직무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 회계감사에 AI 적용 확대

'억대 연봉' 꿈꾸고 입사했는데…돼지우리에서 일하는 이유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EY),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의 지난해 채용공고(영미권 국가 기준)에서 AI 기술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는 전체의 약 7%를 차지했다. 이는 전통적인 회계감사 직무 직원의 채용공고(약 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FT는 “이런 변화는 회계법인이 AI 충격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생성형 AI 엔지니어, 머신러닝 전문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전문가 등의 채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PMG는 지난해 내놓은 채용공고의 9.6%가 AI 전문가와 관련된 것이었다.

회계법인은 회계감사업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AI 도구 제품 관리자와 개발자를 주로 찾고 있다. 기업의 급여, 매출계약, 비용 증빙, 현금 절차, 미계상 부채 확인 등 기계적인 감사 업무가 AI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KPMG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이 회사는 올여름 시범사업을 시작해 내년부터 일부 감사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투입하기로 했다.

PwC와 EY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PwC는 ‘제약 리베이트 매출이 적절히 인식됐는지’ 등과 같이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EY는 감사법인 AI와 고객사 AI가 서로 자료를 주고받으며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9년께에는 일반적인 기업 재무감사 업무의 20~30%를 AI가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컨설팅 업무까지 일부 담당

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도 AI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 컨설팅은 시장조사, 프로세스 진단, 벤치마킹, 전략 보고서 등을 고객사에 제시하는 게 중심이었다.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은 “실제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고, 어떤 AI 에이전트를 붙일 것인가”에 대한 컨설팅을 회계법인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회계법인의 조직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 신규 회계사 채용이 줄면서 소수 파트너 회계사가 다수의 일반 회계사를 지휘하는 전통적 ‘피라미드’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구애에도 AI 전문가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빅테크 수준의 급여를 회계법인이 제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칸데 PwC 글로벌 회장은 “지난해 수백 명의 AI 엔지니어를 채용하려고 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회계사 수요 줄지 않을 것”

“AI가 회계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요 회계법인은 “AI 관련 투자는 AI 활용을 지원할 사람을 채용하는 측면이 크다”며 오히려 감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감사 업무를 할 수 있어도 이를 감사 증거로 받아들일지, 추가 절차가 필요한지, 고객사 경영진의 설명이 설득력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감사인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현장 실사 업무도 인간의 몫이다. WSJ는 “최근 미국의 주니어 감사인이 닭·돼지 등 가축, 채석장 바위, 옥수수, 신호등, 전신주 등을 실사하기 위해 외딴 현장에서 일하는 일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회계업무 수요는 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회계사·감사인 고용이 2024~2034년 5% 증가하고, 일자리가 연평균 12만4200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BLS는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같은 기술은 루틴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자문 및 분석 업무가 늘어나며 회계사가 해야 할 업무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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