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6관왕’ 박천휴 작가 간담회
“원작도, 유명배우도 없어 걱정해
부끄럽지 않은 작품에 관객도 납득
식탁위 트로피, 부담 없다면 거짓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38)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개막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원작도, 티켓 파워 있는 배우도 없었다”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근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등 6관왕에 오르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2023년 11월 미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점차 감정을 알아가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사귀던 연인과의 이별, 또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상실의 감정을 로봇 이야기로 풀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국내 초연부터 토니상 수상까진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6년 12월 대학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재연되며 국내 팬층을 다졌다. 영어 버전은 초연 당시부터 만들었으며, 같은 해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했다. 2020년 미 애틀랜타 시범 공연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박 작가는 “뮤지컬은 많은 이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모든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표현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 박 작가는 “아직 ‘K뮤지컬’이란 말이 널리 쓰이지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며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한국어로 ‘밥 먹었어?’라고 인사할 때도 그렇다”고 했다.
함께 극을 만든 작곡가 윌 애런슨에 대해서는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관객도 납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상 뒤 찾아온 부담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어 보였다. “토니상 트로피가 뉴욕 집 허름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상에 짓눌리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 윌과 서로 보완하며 작업하려 합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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