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광 연계해 지역 효자상품으로
포항 호미곶 유채꽃밭에 주말 15만명
고창 청보리밭, 평창 메밀꽃도 핫플로
남해 다랑이 논도 감성 관광지 전성기
농촌관광 관심 증가로 경관농업 활성화
경상북도 포항시 호미곶 해맞이 광장 부근에는 축구장 70개 크기의 50㏊ 논에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해당 논은 해풍 등으로 벼 재배가 쉽지 않자 2018년 포항시가 농가를 설득해 계절별 꽃밭을 조성한 곳이다. 드넓은 들판에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자 이곳은 포항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15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2~13일 주말 동안 15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포항시는 다음달 말부터는 형형색색의 촛불맨드라미를 심어 가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향후 호미반도 경관농업단지를 100㏊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경관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경관 농업은 경관 작물을 활용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농업·관광 융합 모델이다. 농업과 관광을 연계해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지자체의 판단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청보리밭 역시 경관 농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4월마다 개최되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매년 30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 99㏊에 달하는 청보리밭은 그야말로 ‘초록 물결의 향연’이다. 청보리밭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화보가 따로 없다. 올해 청보리밭 축제는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전북 순창군도 발효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한 전통장 체험과 함께 허브정원, 들꽃밭 등 경관 농업 요소를 접목하면서 연간 20만명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경상남도 남해군의 대표적인 경관 농업 자원인 다랑이논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남해군이 상주면에 농촌테마공원 ‘파라다랑스’를 조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파라다랑스는 ‘파라다이스(천국)’와 ‘다랑이논’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해안선을 따라 계단식으로 펼쳐지는 다랑이논의 고즈넉한 풍경에 유채꽃과 봄꽃을 더해 시골 감성과 체험 활동 등 관광 요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2일 개장 후 주말 동안 벌써 3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남해군은 파라다랑스에 코스모스를 심고 수국정원까지 조성해 계절마다 꽃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메밀꽃밭’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원조 경관 농업지다. 이효석 작가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배경지라는 점을 앞세워 매년 9월 ‘효석문화제’(메밀꽃 축제)를 열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봉평면 80여 개 농가가 총 47㏊ 규모 메밀꽃밭을 조성해 축제를 준비한다. 지난해 축제에는 약 1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꽃구경 외에도 지역 특산물인 메밀을 활용한 막국수, 전병, 찐빵 등 다양한 먹거리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 같은 지자체들의 노력에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관 농업 활성화를 위한 ‘경관보전직불금’이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관보전직불금은 경관 작물의 경우 ㏊당 170만원, 준경관 작물은 ㏊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경관 작물은 메밀, 유채,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이 있고 준경관 작물은 밀, 보리, 연꽃 등이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집단화 최소면적 기준 경관 작물은 2㏊ 이상, 준경관 작물은 10㏊ 이상이다. 경관보전직불금은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경관보전추진위원회가 읍면동에 신청하면 기초단체가 사업대상지구를 선정한 후 농식품부가 이행 점검 결과에 따라 예산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농촌 관광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만큼 경관 농업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촌 관광이 활성화돼왔다”며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연 속에서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농촌 관광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경관 농업은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