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샀다/장선환 지음/60쪽·1만8000원·문학동네
문제는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몸통만 한 수박을 들고 엄마를 따라가려니 늘 다니던 길이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겨우 집 근처 골목까지 다다랐는데,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자 긴장이 풀려 버린다. 팔이 느슨해진 동하 품에서 수박이 떨어진다. 수박이 깨진다. 동하의 마음도 깨진다.
뻔히 힘들 걸 알면서도 기어코 포기 못 하는 것들이 있다. 살면서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놓치고 아프고 했던 것들이 동하가 꼭 끌어안고 걸었던 수박과 비슷한 듯싶다. 동하네 가족은 깨진 수박으로도 멋진 파티를 한다. 한여름 달고, 붉고, 시원한 수박을 가족들과 나눠 먹고 싶던 그 마음은 깨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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