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링-겟아웃-백룸… 200년 이어진 ‘호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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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문법/듀나 지음/272쪽·1만8500원·어크로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공포영화는 ‘백룸’이다. 백룸은 잔혹한 장면보다 음산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키운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백룸의 기원은 영화 ‘캣피플’(1982년)일 수도 있겠다. ‘캣피플’의 제작자 발 루턴은 괴물을 실제로 보여주기보다는 어둠을 활용해 불안을 자극했다. 저예산이란 한계 때문에 선택한 연출이었지만 후대 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서운 공포물의 이면에는 오래된 공포물의 문법이 있다. 한국 장르 영화 비평가이자 장르 소설가인 저자가 공포물의 테크닉을 분석한다. 페이크 다큐의 뿌리가 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충격을 주는 ‘점프 스케어’ 기법 등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진화해 온 공포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포물이 갖는 태생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이다. 공포물은 등장인물의 고통이 오락이 되는, 어찌 보면 비윤리적인 장르다. 하지만 ‘옥수수밭의 아이들’ ‘저주받은 도시’ ‘링’ ‘주온’ 등 공포영화 속 괴물은 대부분 비백인, 여성, 어린아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의 약자다. 이 때문에 괴물은 공포와 혐오를 부르는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이러한 문제의식이 더욱 다양한 공포물을 낳고 있기도 하다. 흑인 감독 조던 필의 ‘겟 아웃’ 등 공포 영화계에서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주름잡던 위계질서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러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배”라는 저자의 말대로 앞으로의 호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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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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