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무총리실 등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내에서 열린 반중 집회와 반미 집회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극명히 차이 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민기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향해 "이 말을 안 하려 했는데 안 할 수가 없다"며 "반미 집회와 관련해 왜 비서실장이 편을 들고 있나. 트럼프 얼굴 (사진), 성조기 찢고 대사 쫓아내라는 말이 상식적이고 정책적인 이야기인가. 반중 집회와 뭐가 다른가"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의 지적은 민 실장이 앞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반미라는 소수의 집회는 정책 같은 부분에 대한 나름의 의사 표현이지만, 현재 반중 집회 내용은 인간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개최된 반중 집회와 반미 집회 간 성격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데 따른 것이다.
민 실장은 김 의원의 질문에도 재차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민 실장은 "반미 집회라고 표현하는 집회는 개인의 일반적인 미국인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 실장의 답변에 폭소하며 "'양키 고 홈'이라는 말이 그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트럼프를 대상으로만 하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이어 "비서실장님, 알고 이야기하시든지, 아니면 편을 들려면 확실히 하든지 한 가지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실장이 "제가 보기에는…"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건 비서실장님이 보시는 입장인 거지, 저희가 보기엔 전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이 "왜 반미 집회 편을 드냐"고 하자, 민 실장은 "반중 집회는 일반적인 사람에 대한 미움을 나타내는 그런 집회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양키 고 홈'도 일반적인 혐오"라고 하자, 민 실장은 "그것도 혐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혐오일 수 있는 게 아니라 혐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말씀하시는 몰상식한 반중 집회와 트럼프 동상 때려 부수는 것과 상식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미국에 대한 혐오 아닌가"라며 "무슨 계속 편을 들고 있나. 자꾸 오해라고 말씀하시는데, 오해가 아니라 이해인 것 같다"고 마쳤다.
한편, 지난 9월 13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무더기 구금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셉 윤 미국 대사대리 즉각 추방하라", "양키 고 홈"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