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계 엔비디아' 아이온큐…英 옥스퍼드 아이오닉스 인수 [강경주의 테크X]

4 days ago 9

아이온큐의 이온 트랩 기반 양자컴퓨터 칩. 투명한 아크릴 블록 안에 전시된 형태로, 중앙의 금색 구조물은 이온을 포획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마이크로 전극 구조다. / 사진=아이온큐

아이온큐의 이온 트랩 기반 양자컴퓨터 칩. 투명한 아크릴 블록 안에 전시된 형태로, 중앙의 금색 구조물은 이온을 포획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마이크로 전극 구조다. / 사진=아이온큐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가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아이오닉스'를 약 1조4600억원에 인수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미래 기술의 핵심인 오류 정정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이번 인수는 아이온큐의 보통주 약 10억6500만 달러(약 1조4480억원)와 현금 1000만 달러(약 136억원)로 구성됐으며 올해 안으로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양자 정밀도 99.9999999999%…2030년 목표 현실로

니콜로 드 마시 아이온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번 인수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양자컴퓨팅의 엔비디아'가 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양자 기술 발전 속도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퍼드 아이오닉스는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물리학자 크리스 밸런스 교수와 톰 하티 박사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핵심 기술은 이온 트랩을 반도체 칩 위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미세한 입자인 이온을 자석과 전기장으로 공중에 띄워서 양자 상태를 조종하는 기술이다. 옥스퍼드 아이오닉스는 이 방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양자 계산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온큐는 이번 인수로 미국 메릴랜드 본사와 더불어 영국 옥스퍼드까지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옥스퍼드 아이오닉스의 창업자들과 약 80여 명의 연구진도 아이온큐에 합류해 양자컴퓨터의 소형화와 상용화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는 기본 단위가 '큐비트'다. 큐비트는 기존 컴퓨터의 0과 1이 아닌, 두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는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해서 쉽게 오류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오류 정정 기술'이 필수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는 합병 후 내년까지 256개 물리적 큐비트(양자비트)와 99.99% 이상의 정확도를 갖춘 오류 정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2027년에는 1만개 이상의 물리적 큐비트와 99.99999% 이상의 논리적 정확도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온큐의 이온트랩 장치 / 사진=아이온큐

아이온큐의 이온트랩 장치 / 사진=아이온큐

이후 2030년까지 200만개 이상의 물리적 큐비트와 99.9999999999% 이상의 논리적 정확도를 갖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 정확도란 계산 중 오류를 얼마나 잘 감지하고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내결함성', 즉 양자컴퓨팅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양자컴퓨터는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치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간 것처럼 컴퓨터가 스스로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오류 정정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되면 신약 개발 분야에선 새로운 약물의 분자 구조를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고 금융 모델링에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해 최적 투자 전략 도출해낸다. 신소재 개발, 물류 최적화, 우주 항공,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온큐는 이미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유럽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 등과 협력 계약을 맺고 기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옥스퍼드 아이오닉스는 최근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양자 벤치마킹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기술 신뢰성을 인정받았고 미국 콜로라도에도 연구 거점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과 영국 간의 전략적 기술 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인수·합병으로 기술력 키우는 아이온큐

아이온큐는 이번 인수 외에도 최근 양자컴퓨팅과 네트워킹 분야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보스턴의 양자 메모리 전문 스타트업 라이트싱크와 위성신호 플랫폼 기업 카펠라스페이스도 잇달아 인수했다.

시장 성장성도 아이온큐의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가 2023년 90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2040년에는 1310억 달러(약 192조 원)로 연평균 1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양자컴퓨팅이 여러 산업에 혁신을 가져와 2040년까지 8500억 달러(약 1152조 원) 규모의 글로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이사회 의장은 "옥스퍼드 아이오닉스의 팀과 기술은 우리 회사의 미션에 완벽히 부합한다"며 "2030년까지 완전한 오류 정정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여정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온큐의 반도체 기반 이온 트랩 칩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만든 웨이퍼 근접 촬영 이미지 / 사진=아이온큐

아이온큐의 반도체 기반 이온 트랩 칩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만든 웨이퍼 근접 촬영 이미지 / 사진=아이온큐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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