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소용없는 세균성 이질 英확산
남성간·양성애자간 성접촉 감염늘어
식중독 증상과 유사…보건당국 경고
영국에서 성관계를 통해 옮는 세균성 이질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보건 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특히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마저 듣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슈퍼 이질’ 확산 우려까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란셋 감염병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시겔라균은 해외여행이나 오염 음식 등 기존 경로로 감염되는 변종보다 연간 15% 빠르게 늘었다.
이질을 일으키는 시겔라균은 원래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환자의 대변이 묻은 물건을 만졌을 때 감염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남성 동성애자·양성애자 사이의 항문성교 과정에서 대변 물질과 접촉하며 감염되는 경우가 뚜렷이 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집계한 지난해 성접촉 관련 시겔라균 감염 건수는 2560건에 달한다.
이질에 걸리면 심한 복통과 피 섞인 설사,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루 이틀이면 낫는 일반 장염과 달리 일주일 이상 앓아눕는 경우가 많고, 환자 3명 중 1명은 4~5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증세가 심각하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탈수, 장 천공,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다. 연구 기간 말미 기준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시겔라균 변종의 70% 이상이 시프로플록사신·아지트로마이신 등 이질 치료에 주로 쓰이는 항생제 중 최소 한 가지에 내성을 보였다. 이는 비성적 전파 변종(40%)이나 해외여행 관련 변종(4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연구를 이끈 케이트 베이커 케임브리지대 유전학과 교수는 “남성 동성애자 상당수가 성적으로 전파되는 시겔라균의 심각성과 커지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성적 감염은 이제 영국 내 시겔라균 전파의 고착된 경로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약으로 치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손 씻기와 음식 위생 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예방 수칙으로는 성적 전파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성접촉 이질을 기존 이질과 구분된 별도의 공중보건 위협으로 간주해 별도의 감시·예방·치료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미시 모하메드 UKHSA 박사는 “성관계 전후로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이 있다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통과 설사 증상을 단순 식중독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고 최근 성접촉 여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질 진단을 받았다면 HIV를 비롯한 다른 성병에도 함께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종합적인 성 건강 검진을 받을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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