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장으로”…폭락장에 8조 물타기 나선 개미들

1 day ago 3

동학개미는 코스피 5조·서학개미는 뉴욕증시 3.2조 ‘순매수’
“미-중 무역갈등 지속·경기 침체 우려”…저가 매수 경계론도

ⓒ News1 DB

ⓒ News1 DB
트럼프 관세 공포 속 출렁이는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줍줍’에 나섰다. 이달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5조 원 넘게, 미국 주식은 3조 원 이상 사들였다.

낙폭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 순매수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5조 229억 원을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8조 3971억 원을 판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 행보다.

지수가 5.57% 하락한 지난 7일에만 1조 6721억 원을 순매수했다. 전 거래일인 4일에도 1조770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에 투자자가 증권계좌에 예치해 놓은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59조 4967억 원에서 9일 54조 1604억 원으로 5조 3363억 원 줄었다. 트럼프 관세로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개인들이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단연 ‘국민주’ 삼성전자(005930)다. 1조 5990억 원을 담았다. SK하이닉스(000660)도 1조 4991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현대차(005380)(5180억 원), 기아(000270)(2072억 원), LG전자(066570)(1818억 원) 순이다. 관세 충격에 하락이 가팔랐던 종목 중 대형주를 주로 사들였다.

미국 비중도 늘렸다.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22억 2630만 달러(약 3조 2257억 원)를 순매수했다.특히 미국 주식이 급격한 하락한 직후인 지난 7일 5억 5683만 달러(8065억 원)를, 다음 날인 8일에는 5억 3121만 달러(7694억 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0일 하락 때도 5억 5444만 달러(8031억)를 담았다.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담았다. 순매수 1위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로, 7억 8103만 달러(1조 1319억 원)를 담았다.

이어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PROSHARES ULTRAPRO QQQ) ETF(3억1922만 달러), 테슬라(3억 245만 달러),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ETF(1억 8657만 달러), 엔비디아(1억 6877만 달러) 순이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445.06)보다 12.34포인트(0.50%) 하락한 2432.72을 나타내고 있다. 2025.4.11. 뉴스1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445.06)보다 12.34포인트(0.50%) 하락한 2432.72을 나타내고 있다. 2025.4.11. 뉴스1

폭락 장 속 개인 순매수가 늘어난 것은 저가매수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나스닥100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이달 초 6.6배까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편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이익 가시성의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지난 2022년 나스닥100 주당순이익(EPS)이 연초 컨센서스를 11.7% 하회하고 전년 대비 5% 감소했을 때도 PBR 저점은 6배 내외에서 형성됐다.

코스피는 PBR이 0.8배 수준이다. 2001년 이후 5986거래일 가운데 PBR이 0.8배를 밑돈 기간은 2.2%인 130일에 불과하다. 코스피가 PBR 0.8배를 밑돌면 이후 20 거래일 간 등락률은 평균 6.8%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나스닥시장의 하방 경직성이 확인되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피는 여전히 매도보다 매수가 유리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변동성이 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는 망할 일 없다는 생각도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만만찮다. 변동성이 확대됐고,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있고, 경기 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5%에서 4%로, 내년 4%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60%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후에 관세 정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 비판하던 관세가 부과됐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 우려하던 상황이 도래했다”며 “미국 경기와 물가, 무역 상대국의 경기 영향은 연초 전망 대비 부정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