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은 대개 효율적이다 - 늦게 도착한 비닉특권(ACP) [이창훈의 경쟁법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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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리포트 야만은 대개 효율적이다 - 늦게 도착한 비닉특권(ACP) [이창훈의 경쟁법인사이트] 이창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입력 : 2026.09.30 07:00 영업팀 김 대리는 성실했다. 그게 문제였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제품 판촉 조건이 아무래도 걸려서, 사내변호사에게 이메일로 물었다. “이거 괜찮을까요?” 검토 의견이 왔고,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고쳤다. 몇 년 뒤 조사가 시작되자 그 이메일이 조사 기록 맨 앞에 놓였다. 붙은 제목은 이랬다. ‘위법 가능성을 인지한 정황.’ 물어봤다는 사실이 불리한 증거가 되는 순간이었다. 옆 부서 박 대리는 애초에 사내변호사에게 잘 묻지 않는다. 그의 이메일함은 깨끗했다. 성실이 벌을 받고 방치가 상을 받았다.고민 상담실을 하나 상상해 보자. 그런데 벽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안을 들여다보고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이 방에서 속마음을 말할 사람은 없다. 오랫동안 한국 기업의 법률자문이 이 방에서 오갔다. 변호사에게 비밀을 지킬 ‘의무’는 있었다. 그러나 의뢰인에게 비밀을 지킬 ‘권리’는 없었다. 자문 이메일과 의견서는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수거되었다. 그리고 종종 김 대리의 이메일처럼 비수가 되어 되돌아왔다.질문이 불이익이 되는 모순된 현실과 비밀유지권 도입여기서 이상한 셈법이 선다. 자문을 받을수록 불리해질 수 있다면, 합리적 선택은 아예 묻지 않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 되는 나라에서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준법이 자랄 리 없다. 올해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이 뚫린 사방에 커튼을 둘러쳤다. 이른바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 비닉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이다. 이름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하다. 변호사와 주고받은 자문을 조사기관과 수사기관에 내놓지 않아도 되는 권리다. 의사에게 말한 증상이 진료실 밖으로 새지 않듯, 변호사에게 털어놓은 고민도 상담실 안에 머물게 하자는 약속이다.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마지막 도입이다. 늦었지만 반갑다.이 법이 왜 필요했는지는 조사 현장이 먼저 보여준다.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면 조사관들은 기업 법무실부터 찾았다. 동선에 속내가 보인다. 자문서와 검토 기록이 모여 있는 방, 비밀이 가장 짙은 방부터 열어젖히는 것이다. 고민을 털어놓은 흔적부터 증거로 걷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에 새겨 둔 나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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