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 전반기가 역대급 흥행 속에 마무리됐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등에 업은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전반기를 달렸다.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를 돌아본다.
![]() |
33년 만에 전반기를 1위를 마친 한화이글스. 사진=연합뉴스 |
◇한화 돌풍과 700만 관중
한화이글스는 ‘만년 꼴찌’의 상징과도 같은 팀이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7시즌 동안 8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사이 가을야구는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1년 전 성적도 10개 구단 중 8위였다. 그런 한화가 1992년 이후 무려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올해 KBO리그 전반기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이었다.
전반기에만 동반 10승을 달성한 ‘원투펀치’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10승)는 다른 팀에 공포 그 자체였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전반기에 모두 10승씩 올린 것은 2018년 두산베어스 세스 후랭코프, 조쉬 린드블럼 이후 7년 만이다. 류현진, 문동주가 버티는 토종 선발진도 강력했다.
큰 무대를 수없이 경험한 ‘베테랑’ 김경문 감독의 관록은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른바 ‘엘롯기’로 불리는 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 KIA타이거즈도 빛났다.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들이 치열한 상위권 싸움을 펼치면서 팬들을 연일 야구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 |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전반기 700만 관중 기록을 수립했다. 사진=연합뉴스 |
관중 수는 전반기에만 700만 명을 넘어 750만 명까지 돌파했다. 프로야구 출범 후 전반기에 700만 관중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추세라면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훌쩍 뛰어넘어 1200만 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 인기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삼성라이온즈는 지난 5일 LG와 홈경기를 통해 가장 먼저 시즌 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경기당 평균 2만 2000명이 넘는 관중을 불러모으고 있다. 역대 최초 홈 관중 140만 돌파도 기대해볼 만 하다. 참고로 구단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은 지난해 LG가 달성한 139만7499명이다.
삼성 외 다른 구단들도 인기몰이가 이어지는 중이다. 7개 구단이 100만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총 누적 관중 2억 명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스포츠’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관중과 관련된 다양한 신기록을 세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
NC다이노스 홈경기에 앞서 야구팬들이 구조물 낙하 사고 사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정 500홈런 등 대기록 쏟아져
뜨거운 흥행열기 만큼이나 대기록도 쏟아졌다. 특히 ‘홈런타자’ 최정(SSG랜더스)의 개인 통산 500홈런 달성은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최정은 5월 13일 인천 NC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50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2005년 5월 현대유니콘스와 홈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친 이래 △2011년 100홈런 △2016년 200홈런 △2018년 300홈런, △2021년 400홈런 순으로 대기록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에는 468번째 홈런을 때려 이승엽(전 삼성)이 보유했던 리그 홈런 최다 기록을 지워버렸다.
이밖에 KBO리그 최고령 타자 최형우(KIA)는 전반기에 역대 두 번째 18시즌 연속 10홈런과 역대 세 번째 통산 2500안타를 달성했다. 박해민(LG)은 사상 첫 12시즌 연속 20도루 기록을 수립했다.
폰세는 5월 17일 대전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삼진 18개를 빼앗아 ‘국보투수’ 선동열(전 해태)이 보유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
KBO 리그 최초 통산 500홈런을 달성한 SSG랜더스 최정이 동료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
◇NC파크의 비극
2025 KBO리그 전반기는 마냥 해피한 것만은 아니었다. 비극도 있었다. 지난 3월 말 창원NC파크에서 외장마감재 ‘루버’가 추락해 야구팬 3명이 사상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야구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NC는 두 달 가량 홈구장을 쓰지 못하고 떠돌이 신세를 전전해야 했다.
사고의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고 수습과 홈구장 관리 문제를 놓고 NC와 창원시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창원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상처입은 NC는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수를 꺼네들었다. 이후 창원시에 21가지 조건이 담긴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NC는 창원시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다른 지자체와 논의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몇몇 지자체는 NC가 창원시에 요구한 21가지보다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