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가톤급 관세 부과 위기 속에서 애플을 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이 145%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조치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과 조용히 접촉하며 관세 적용 제외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애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WP에 따르면 쿡 CEO는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화하며 관세가 아이폰 가격에 미칠 영향을 전달했다. 또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들과도 접촉했으며, 다른 경영자들과 달리 최근 몇 주간 TV 등에서 대통령이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등 전자제품에 대해 수입 관세 면제를 결정했다. 관세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이 관세 부과를 고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이에 "쿡은 대통령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공공연하게 불평하거나 우는소리를 하지 않고,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존경받는다"고 말했다.
WP는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쿡 CEO를 언급하며 "그의 리더십에 감탄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하며 쿡 CEO가 중간에 사람을 끼우지 않고 직접 자신을 만나는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쿡 CEO가 관세 예외를 끌어낸 데 힘입어 애플은 증시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애플은 2.71달러(1.39%) 상승한 196.98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총도 2조9590억달러로 집계돼 시총 3조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증권사 에버코어는 무역전쟁에도 애플은 이를 방어할 수 있다며 시장 수익률 상회 등급과 목표가 250달러를 유지했다.
에버코어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아이폰 생산 라인을 인도로 이전하는 등 생산지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며 무역전쟁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