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에이스 위용은? 박세웅, 부진했던 24시즌-> 올해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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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에이스’의 위용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부진했던 2024시즌의 모습을 떨쳐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올해도 반복되는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의 토종 우완 선발 투수 박세웅(29)이 시범경기를 3경기 1패 평균자책 5.40이란 평범한 성적으로 마쳤다. 가장 마지막 투구였던 1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서 5이닝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그나마 가장 준수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많은 롯데 팬들이 기대했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부진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발전한 내용이 없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시범경기를 마무리한 박세웅이다.

박세웅이 17일 경기서 홈런을 허용한 이후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박세웅이 17일 경기서 홈런을 허용한 이후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2014 KT 1차 지명으로 프로에 합류한 이후 롯데로 팀을 옮긴 박세웅은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253경기서 68승 88패 평균자책 4.62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롯데도 2022년 박세웅에게 5년 총액 90억원의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구단 마운드의 미래를 맡겼다.

실제 박세웅은 2021년 28경기서 163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 9패 평균자책 3.98의 성적을 낸데 이어 2022년에도 28경기서 157.1이닝을 책임지면서 3.8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박세웅은 27경기서 154이닝을 책임지면서 9승 7패 평균자책 3.45의 성적을 올리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2023년까지 최근 리그에서 활약한 토종 투수들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꾸준히 좋은 활약했던 박세웅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2024시즌 30경기에 등판한 박세웅은 173.1이닝을 책임지면서 6승 11패 평균자책 4.78의 성적에 그쳤다. 타고투저의 해였음을 고려하더라도 리그 평균자책 순위가 2023년 리그 10위에서 리그 14위로 떨어진 결과다.

지난해 KBO리그 전체에서 고전했던 투수들이 많았고, 박세웅이 롯데 선발진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활약했던 것을 고려하면 부진했던 결과라고만 평가할 순 없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이 박세웅에게 기대했던 KBO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이자 롯데의 토종 1선발로서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024시즌 부진을 떨쳐낼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2024시즌 부진을 떨쳐낼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ABS가 도입된 지난해 여러 세부지표에서도 아쉬움이 드러났던 박세웅이다. 구위로 상대를 찍어누르면서 많은 탈삼진을 솎아내는 유형의 투수는 원래 아니었다. 하지만 2023년 박세웅이 리그 6위에 해당하는 7.59의 9이닝 당 탈삼진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는 그 숫자가 6.44개로 상당히 줄었다.

볼넷 허용률도 2023년 9이닝 당 3.45개에서 2024년 2.91개로 줄었지만 그만큼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빈도는 더 줄었다. 탈삼진율이 16.3%에 그쳤는데 9이닝 당 책임실점은 5.07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좋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박세웅의 투구 내용을 세부적으로 본다면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려 코너워크 위주의 투구를 펼치다 투구수가 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이후 장타를 허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종합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위기 상황이나 실점 상황에 몰리면 흔들리면서 무너지거나 호투하던 도중 뜬금없이 피홈런이나 장타를 내주는 등의 기복이 있었던 2024시즌이었다.

올해 박세웅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의 모습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양상을 현재까진 찾아볼 수 없다. 구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투수답게 시범경기에서 최고 148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현재 컨디션은 여전히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8일 KIA전서는 4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 3실점(2자책)을 하며 불안했다. 13일 구원으로 나선 한화전도 1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에 그쳤다.

박세웅은 17일 키움전서도 5이닝 동안 2실점만을 했지만 내용은 불안했다. 키움을 상대로 1회 1사후 연속 2안타에 이어 볼넷까지 내주면서 만루에 몰렸고, 희생플라이로 1실점을 했다. 이후 여동욱을 상대로 3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동욱이 올해 프로에 입단한 신인이 아닌 경험 많은 타자였다면 그리 쉽게 이닝을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2회도 박세웅은 이닝 선두타자 박주홍에게 던진 6구 직구가 높은 코스로 몰리면서 비거리 105m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3회도 카디네스에게 2루타를 내준 박세웅은 이주형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난 이후 다시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후 최주환을 유격수 뜬공 처리하고도 여동욱에게 다시 좌전 안타를 맞아 또 한 번 만루에 몰렸다. 이번에도 박주홍을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시키고 위기를 벗어났지만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1~3회 흔들렸던 박세웅은 4~5회를 7구와 5구만에 각각 삼자범퇴 처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그마저도 키움 타자들이 1~2구 이내 빠른 볼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친 덕분이었지 박세웅이 주도하는 투구 내용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무난한 모습을 예상할 수 밖에 없다. 성실성과 준비 과정, 그리고 팀을 위한 책임감 등에선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모습과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선수가 박세웅이다. 하지만 롯데 팬들이 기대하는 결과다. ABS 2년차 시즌에도 결과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면 롯데는 벌써부터 상대 우위에서 손색이 있는 토종 에이스를 보유한채로 리그 9개 팀을 상대해야 한다.

가뜩이나 5강 경쟁을 치르는 팀과 비교해 선발진에서는 특별한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한 롯데다. 그런만큼 올해는 박세웅이 최소한 2024년 이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터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과거 거인의 진격의 때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가졌던 자이언츠 팬들에게 박세웅은 더 많은 기대감을 불러오게 하는 ‘안경 에이스’다.

올해 박세웅은 그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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