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광주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 9분경 “광주 북구 한 아파트 난간에 할머니가 매달려 있다”는 119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는 3~5분 사이 7, 8건 가량 들어왔다.
당일 광주 북구 일출 시각은 5시 39분이었다. 동 트기 전 어두운 새벽에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할머니의 비명을 듣고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원 24명과 차량 7대, 경찰관 6명과 차량 2대가 출동했다. 119와 경찰은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 11층 한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은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해 집 내부로 들어갔다.당시 70대 할머니 A 씨의 상반신은 난간 밖에 걸쳐 허공에 있지만 다행히 두 다리가 난간 틈새에 끼어 추락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도 할머니가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구조대원들은 119신고 접수 16분 만에 A 씨를 무사히 구조했다.
A 씨는 난간 틈새에 낀 두 다리에 멍이 든 것을 제외하곤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구조대원들은 구조 직후 A 씨에게 “왜 그러셨냐”고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당국은 혼자 살고 있는 A 씨가 가벼운 치매를 앓고 있다가 갑자기 증세가 심각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광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 입원시켰다.
경찰도 치매 증세 악화로 안전사고로 잠정 결론 내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살 기도 사건으로 판단해 출동했지만 구조해보니 홀몸 노인의 치매 증세가 악화돼 일어난 위급 상황 이었다”며 “시민들의 작은 관심이 A 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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