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자주 거르면 우울증 위험↑…간헐적 단식도 영향 있나[바디플랜]

4 days ago 1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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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우울 증상을 겪을 위험이 더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은 이런 연관성을 일부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모병원 태혜진(건강증진의학과)·채정호(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했다.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약 2억8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신질환이다. 그동안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주로 유전적 요인이나 뇌 속 신경전달물질 변화, 스트레스 같은 요소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습관과 생활 리듬 같은 일상적 행동 요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식사 시간은 몸의 생체시계인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리듬은 수면 패턴과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등을 조절한다.

연구진은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면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 분비 리듬과 장내 미생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생체리듬 교란이 수면의 질 저하와 전신 염증 증가 등을 통해 기분 조절과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014~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한국 성인 2만1568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아침·점심·저녁을 일주일에 몇 번 먹었는지 답했다. 연구진은 특정 끼니를 주 5회 미만 먹는 경우를 ‘불규칙한 식사’로 분류했다.또 곡류·채소·과일·육류·콩류·견과류·유제품 등 6개 식품군을 얼마나 다양하게 먹는지 평가해 ‘식이 다양성 점수’를 계산했다.

우울 증상 평가는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설문 도구를 이용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2주 동안 무기력감이나 절망감, 수면 변화 등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답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의 5.2%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가구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고, 미혼인 경우가 많았으며, 유산소·근력 운동 실천율이 낮은 것과 함께 불규칙한 식사 빈도 또한 높은 특징을 보였다.

식사 시간이 가장 불규칙한 사람들은 가장 규칙적으로 식사한 사람들보다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약 1.55배 높았다. 식사 패턴이 불규칙할수록 우울감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식사의 다양성이 낮은 사람들, 즉 여러 식품군을 고르게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비타민과 항염증 영양소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요소들이 뇌 기능과 감정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사람들은 우울 증상과의 연관성이 더욱 강했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몸의 대사 활동 시작이 늦어지고 혈당 변동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감정 조절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아침 호르몬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침을 자주 거르면서 식사 다양성도 낮은 사람들에게서 정신건강 점수가 가장 나쁘게 나타났다.

아울러 남성, 흡연자, 밤 9시 이후 식사를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서 불규칙한 식사와 우울증상과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관찰됐다.

왼쪽부터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태혜진 평생건강증진센터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왼쪽부터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태혜진 평생건강증진센터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제1 저자인 태혜진 교수는 “우울증 예방에 있어 무엇을 먹느냐는 물론,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표성 있는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 아침 결식 예방, 다양한 식품군 섭취라는 세 가지 원칙은 약물 치료 없이도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우울증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16대 8 시간제한 식사(가장 흔한 유형의 간헐적 단식)’에 그대로 적용해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채정호 교수는 아침을 거르는 방식의 간헐적 단식 또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묻자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독립적 위험 요인은 식사 리듬의 규칙성이었지만, 연구 설계상 ‘의도된 식사 루틴’과 단순한 식사 불규칙성을 구별하지는 못했다”고 동아닷컴에 서면으로 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아침 결식 여부와 영양 섭취량은 조사 전날 하루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해 답하는 ‘24시간 회상법’을 기준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침을 먹지 않은 사람도 데이터상에서는 단순한 ‘아침 결식자’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또 식사의 불규칙성은 지난 1년 동안 아침·점심·저녁 가운데 주 5회 미만 먹은 끼니가 몇 개인지를 기준으로 점수화했다. 예를 들어 16대 8 간헐적 단식을 위해 매일 아침을 먹지 않은 사람은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더라도 연구 데이터상 ‘불규칙 식사’ 점수가 높아질 수 있었다. 즉 규칙적인 시간제한 식사와 단순한 식사 불규칙성을 이번 연구만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채 교수는 “야간 근무나 간헐적 단식처럼 특수한 생활 패턴은 이번 연구에서 충분히 구분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간헐적 단식 자체가 우울증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원인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상태를 분석한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 습관이 실제로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우울감을 겪는 사람이 식욕 저하와 무기력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단조로운 음식만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식사 정보를 참가자들의 자가보고에 의존했고, 우울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트레스 수준이나 수면의 질 같은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jad.2026.1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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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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