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급사나 심부전 유발 비후성 심근증… 좌심실 벽 두께 15mm 넘으면 진단
원인 모를 흉통-갑자기 눈앞 캄캄 등
90% 이상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 조기 발견하면 가족도 검진받아야
약물 치료 우선이지만 수술도 가능… 위험도 아주 높으면 제세동기 삽입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 혈액 순환에 차질이 생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위험이 커진다.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졌을 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병이 바로 비후성 심근증이다.
비후성 심근증은 ‘젊은 급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40대 이후에도 심부전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생기면서 급사 위험을 높인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병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해야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좌심실 벽 두꺼워져 발생좌심실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려면 강한 근육이 필요하다. 우심실 벽 두께가 보통 3mm인 데 반해 좌심실 두께가 9mm인 게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것도 문제다. 좌심실 두께가 15mm 이상일 때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한다. 단, 가족력이 있거나 이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13mm만 넘어도 이 병으로 진단한다.
비후성 심근증일 때 심장은 잘 이완되지 않는다. 풍선처럼 팽팽하게 늘어나지 못하니 충분한 혈액을 저장하지 못한다.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혈액 통로를 막으면 아무리 심장이 수축해도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온몸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서 일시적 ‘허혈(虛血)’ 상태가 되면서 실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장 자체가 딱딱해지니 혈액을 덜 공급받기도 한다. 그러면 흉통이 생긴다.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지 못하고 바르르 떨 수도 있다. 이것이 심실세동인데, 급사의 가장 큰 원인에 속한다.
병의 원인은 뭘까. 90% 이상이 유전적 요인이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본인 대에서 갑자기 생긴다. 김 교수는 “고혈압과도 무관하다. 환경 요인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 병 관련 유전자만 1000종을 훌쩍 넘는다. 국내에서는 관련도가 높은 9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다만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10명 중 6명꼴로 증세가 없거나 미약하다. 나머지 4명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환자 수는 5만∼6만 명. 다만 김 교수는 “학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20만∼30만 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숨은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럴 때 의심하라
실신 혹은 실신 전 단계의 아찔함은 비후성 심근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호흡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 △아찔함과 실신 등 네 가지를 전조 증세로 꼽았다. 심·뇌혈관 질환일 때도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규칙성이 없고 애매할 때 비후성 심근증 전조 증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령 별 이유 없이 증세가 나타난다거나 의사가 제대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져서 잊어버리는 식이다.
일단 증세가 한 번 나타나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받은 80대 초반의 박기섭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2년 전 검진 때만 해도 좌심실 벽 두께는 13mm였다. 숨이 조금 찼지만 고혈압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했다. 그런데도 올해 검진에서 좌심실 벽이 17mm로 두꺼워져 있었다. 김 교수는 “고령일 때 비후성 심근증은 급사 위험이 낮다. 숨이 차는 증세를 완화하는 치료를 통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 치료 반드시 받아야
김 교수는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도 높다. 다만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꺼워진 심장을 완벽하게 원래 상태로 돌릴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는 치료는 가능하다는 것.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호흡곤란이나 숨참 등의 증세를 완화한다. 심장을 달래는 치료도 한다. 덜 수축하게 하거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을 투입하는 것. 최근에는 막힌 혈관 통로를 뚫는 신약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였다. 폐쇄된 길을 뚫으면 심장도 덜 수축하고, 벽 두께도 얇아진다. 김 교수는 “이 약을 쓰면 10명 중 9명은 벽 두께가 실제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는 두꺼워진 심장벽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수술이 부담스러울 땐 두꺼워진 심장 근육과 연결된 혈관만 차단해 그 부위 두께를 줄이는 시술도 있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사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급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심장 두께가 30mm를 넘었거나 △좌심실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졌거나 △6개월 이내에 실신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에 급사한 사람이 있거나 △좌심실 벽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심실류가 나타나거나 △1분당 120회 이상 맥박이 뛰는 심실빈맥이 나타나거나 △심장 섬유화가 15% 이상 진행되는 경우다.
이때는 급사를 막기 위해 몸 안에 삽입형 제세동기를 넣는다. 심장이 멈추면 제세동기가 강한 충격을 줘 다시 뛰게 한다. 김 교수는 “이 치료가 힘들어서 거부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는데, 현재로서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환자 가운데 이런 사례가 있다. 그 환자는 당장 심각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제세동기 삽입을 거부했다가 1년 후 비극을 맞았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제세동기를 삽입하면 95% 이상 급사를 막아 준다.
● 병을 관리하는 방법 알아둬야
비후성 심근증을 예방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김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본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 비만과의 연관성이 높은 게 확인됐다. 김 교수는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때 이 병의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근육량이 많아서 체질량지수(BMI)가 높으면 상관이 없다. 이른바 ‘지방 많은 비만’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필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질환이 그 자체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진 않는다. 다만 비후성 심근증이 생긴 후에는 이런 질환이 병을 악화시킨다. 김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인해 40대 이후로는 짜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도 가려서 해야 한다. 이 병이 의심된다면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운동들, 이를테면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철인 3종 경기는 피하는 게 좋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이라면 이런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갑자기 분비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급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운동을 빼면 큰 상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정기 검진이다. 심장초음파 검사로 충분하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면 3년 주기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족 중 한 명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가족 전체 검사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자식 세대에게 병을 물려준다며 괴로워할 게 아니다. 빨리 병을 발견해 치료해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1 hours ago
5
![“근육 운동하면서 은퇴 뒤 ‘제2의 인생’ 설계까지 끝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9/134136953.1.jpg)
![“눈앞에 먼지가 아른”…실명위험 ‘이 질환’ 신호[몸의경고]](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0/134148137.1.jpg)
![[리뷰] 충전 스트레스 그만, 벨킨 울트라차지 Qi2 25W 모듈형 충전 독](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9/134147098.1.jpg)

![[월간자동차] 26년 5월, 신차·중고차 판매량 급감](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9/134146481.1.jpg)
![[AI써봄] 구글 번역 앱, 실시간 AI 통역 탑재···얼마나 빠르고 유용할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9/134146115.1.jpg)

![뉴젠헬스케어 “국산 천연물 소재로 바이오 시장 혁신할 것” [농업이 IT(잇)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9/134145248.1.jpg)
![[헬스캡슐]은행잎 추출물,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효과 확인 外](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6/133978263.3.jpg)



!['꽃청춘' 3인방, 무계획 제주의 높은 벽..결국 티켓 구하기 실패[별별TV]](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2421091553722_1.jpg)

![[오피셜] ‘불꽃슈터’ 전성현, KT서 ‘퍼펙트 10’ 파트너 문성곤과 재회…서민수도 3년 계약](https://pimg.mk.co.kr/news/cms/202605/28/news-p.v1.20260528.c55346b19e8f45bfb362482843760fb3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