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그저 무섭게 대하는 게 ‘훈육’ 아닙니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1 week ago 5

〈223〉‘견뎌야 할 몫’ 가르치기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부모가 아이에게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고, 참아야 하는 것도 있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훈육의 시작이다. 이런 것들을 가르칠 때 부모는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분명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전하게 가르쳐야 한다.

만약 내 아이가 여러 친구와 줄을 서 있다가 누군가와 조금 부딪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서는 내 아이가 달라져야 한다. 좀 불편해도 내 아이가 참아야 한다. 나머지 친구들에게 ‘내 아이와 제발 부딪히지 말라’고 일일이 부탁할 수는 없다. 어린아이들은 놀다가 장난감을 서로 잘 뺏는다. 내 아이에게 그런 일이 잦다면 “내 거 줘”라고 말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야 한다. 부모가 매번 다른 아이들을 붙잡고 ‘장난감을 빼앗지 말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

아이가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장난감을 사 달라고 울 때도 훈육이 필요하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악을 쓰면서 우는데 병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사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끝까지 사주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장난감을 다 사줄 수는 없다. 갖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아이가 견뎌야 하는 몫이다.

아이를 일부러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은 견뎌 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게 아이의 몫이다. 아이 주변에 나쁜 친구들이 있어서 아이를 괴롭힌다면 내 아이를 그 무리에서 빼내야 한다. 하지만 아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평범한 아이들이고 이들이 일상에서 할 법한 행동을 한다면 내 아이를 무리에서 빼거나 내 아이가 편안하도록 다 맞춰 주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결국에는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아이에게도 겪어 내고 견뎌야 할 몫이 있다. 성장 단계마다 겪어야 하는 일의 종류가 다르고 양이 다를 뿐이다. 이것을 잘 견뎌 나가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은 훈육인 동시에 아이에게 개인의 ‘책임감’을 가르치는 길이기도 하다.

성장에 따라 견뎌내야 하는 몫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아이는 언제나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편함을 두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불편해도 그냥 내가 처리해야 하는 것, 너무 화가 나지만 내가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나한테 왜 그러지?’라고 생각해 버린다. 문제의 원인이 나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책임감은 결국 ‘내가 견뎌야 하는 나의 몫’이다. 이것을 배우지 못하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고 언제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면 두 종류의 모습을 주로 보인다. 하나는 지나치게 제거해주는 쪽으로 간다. 다른 하나는 무섭게 혼을 내서 못 하게 한다. 첫 번째 방식으로 양육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한 사람으로서 견디고 겪어야 하는 나의 몫이 있다는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을 수 있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 그래”라고 하면서 아이가 불편한 것을 뭐든 다 치워 주면 아이는 자신의 몫을 견디는 연습을 하지 못한다. 두 번째 방식으로 아이를 너무 무섭게 제어하고 혼내면 오히려 더 통제가 안 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혹은 모든 상황에서 지나치게 위축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인간의 삶을 고층 빌딩을 짓는 것이라고 봤을 때 지반을 단단하게 다져주려면, 겪고 견뎌야 하는 것을 가르칠 때 정서적으로 절대 안전해야 한다. 분명하되 절대 아이가 공포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훈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아이를 무섭게 대하는 부모들이 있다. 훈육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화를 낸다. 가끔 때리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무섭다. 경미한 화를 자주 내는 부모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를 내고 나서는 많이 후회를 한다. 그때는 아이에게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빨리 알려야 한다.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난 다음 빨리 사과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속으로 ‘만날 저래 놓고 또 화낸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것까지 예상해서 “매번 이렇게 후회하니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아빠도 사람인지라 노력해도 잘 안 되네. 그래도 혼내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어. 미안해”라고 말해야 한다. 부모 역시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미숙함과 유치함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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