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로움안녕120’ 상담사 인터뷰
하루 120여건…1년만에 4만건 상담
4060 중년남성들 비율 유독 높은 편
지금 이 시간에도 쉬지 않고 누군가의 무거운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바로 서울시의 ‘외로움안녕120’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누적 4만건의 상담을 기록하며, 하루 평균 120여 명의 시민이 마음을 기대고 있죠. 이곳에서 매일 수화기 너머의 외로운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박지현(가명) 상담사를 만나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 상담사는 금융권에서 일하다 퇴직을 한 뒤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오랫동안 대출 관련 여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녀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실질적인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간직해 왔었다”고 회고했어요. 평소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따뜻한 말을 잘 건넬 수 있다는 작은 소명감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매일 쏟아지는 타인의 고독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박 상담사는 8시간의 근무 시간 동안 보통 14통 남짓한 전화를 받고 있어요. 한 번 통화가 30분 안팎 이어지다 보니, 전화를 끊고 쉴 새도 없이 다른 전화를 받는 것이죠.
박 상담사는 이 중 “순수하게 외로움을 토로하는 전화만 12~13건에 달한다”고 설명해요. 전화를 거는 이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 남성의 비율이 유독 높아요. 은퇴나 실직, 혹은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사회적 설 자리를 잃고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익명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입니다.
어린 청소년들이 교우 관계나 학업 문제로 전화를 걸어 오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박 상담사는 “청소년들의 경우 청소년 전용 상담 채널인 ‘1388’로 전화해야 보다 적합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며 박 상담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첫 마디’입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용건을 재촉하기보다 “전화 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때로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여는 것이죠. 박 상담사는 “그 짧은 문장들이 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한다”고 전합니다.
또한 박 상담사는 “해결책 제시보다 온전한 경청과 지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많이 힘드셨죠?”라는 짧은 한마디를 건넬 때도 어미를 부드럽게 끌어주며 미묘한 말투의 차이로 진심을 전달하려 애쓰죠. 그는 “말투 하나가 실제로 대화의 온도를 크게 바꾼다”고 설명해요. 누군가에게는 식상한 위로일지 몰라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주는 상담사의 목소리 자체만으로 내담자들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의 어두운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는 일은 엄청난 감정 소모를 동반해요. 박 상담사는 “전화를 걸자마자 세상에 대한 분노와 거친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 상담사는 “그런 통화는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상담이 끝난 뒤에는 입이 바짝 마르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곤 한다”고 털어놓아요.
그럴 때면 그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창밖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심호흡으로 감정을 흘려보내요. 잠깐이라도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다음 전화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에 박 상담사는 사무실에서의 모든 감정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로그아웃’을 선언해요. 헬스와 러닝 같은 땀 흘리는 운동을 하고, 록 밴드 퀸(Queen)의 음악이나 클래식을 들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 그만의 철저한 생존 방식이죠.
박 상담사는 “상담사 일은 결국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감정을 다루는 힘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해요. 다음 날 누군가의 외로움을 안아주기 위한 충전인 셈입니다.
박 상담사는 매일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오히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고 고백해요. 그는 “노년의 부모님과 소통하지 못해 후회하는 내담자들을 보며 연로하신 부모님께 더 다가가게 됐다”며 “인간관계에서 무심코 던진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깨달으며 주변 사람들을 더욱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남의 외로움을 듣는 일이 역설적으로 자기 곁의 사람들을 더 소중히 보게 만든 셈입니다.
통계청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38.2%가 평소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더 이상 외로움은 소수의 고충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죠. 이에 대해 박 상담사는 수화기를 들까 말까 망설이는 이들을 향한 조언의 메시지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어요.
“외로움은 특별한 병이 아니라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억지로 밀어내지 마세요. 전화를 거는 순간 여러분은 절대 혼자가 아니고, 저희는 365일 24시간 언제나 이 자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배윤경 기자·김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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