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만루에서 번트 시도를 했을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시리즈를 되돌아봤다.
팀은 지난 뉴욕 메츠와 홈 3연전을 모두 내줬다. ‘못 던져서’가 아닌 ‘못 쳐서’ 진 경기였다. 세 경기 이정후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득점권에서 2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7일 시리즈 2차전에서는 답답한 팀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이 나왔다. 4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이정후는 2루 땅볼로 진루타를 만들며 아웃과 타점을 맞바꿨다.
그는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런 것들을 나도 잘 알고 있다”며 동의했다. “어떻게든 일단 점수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 투수가 좋고, 기회가 왔을 때 한 점 한 점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든 점수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그 상황에서는 희생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살려고 시도한 것도 있었다. 1루수가 뒤에 있었기에 그래서 시도한 것도 있었다”며 희생번트보다는 스퀴즈 번트를 시도한 것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특히 유력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 장면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거의 절대 하지 않는 것을 했다”며 이정후가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것을 생각하는 대신 인위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을 한 번 해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1루 공간이 넓어 보였다. 상대는 왼손 투수였다. 왼손 투수는 던지고 나면 몸이 3루쪽으로 쏟아지기에 1루쪽으로 공간이 더 넓어진다. 그렇기에 그쪽으로 번트를 잘만 대면 나도 살고, 점수도 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말했다.
결국은 결과론적인 얘기다. 이정후는 “만약 그 상황에서 번트를 성공시켜서 점수가 나왔다면 다른 얘기가 나왔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점수를 뽑고 싶었고, 그래서 시도했던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정후가 번트 시도를 할 만큼, 샌프란시스코의 현재 상황은 절망적이다. 현재 54승 52패,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서는 지구 선두 LA다저스에 7게임 차 뒤진 3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는 3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3게임 뒤진 5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 포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없다.
일단은 득점권 침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정후는 “계속 시도해야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든 걸릴 것이고, 누군가 한 명이 친다면 다른 선수들도 영향받아서 자연스럽게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리즈에서도 잘맞은 타구가 잡힌 것도 있었고 운이 따라주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데 편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거 같다”며 생각을 전했다.
득점권 타격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정후를 신경 쓰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타격할 때 마다 벗겨지는 헬멧이 그것이다. 그의 머리에 잘 맞는 헬멧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중이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맞춤 제작이 아닌 기성품 중에 맞는 사이즈를 찾는 방식이라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
이정후는 “날아오는 공에 맞지 않게 기도해야 할 거 같다”며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