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스토킹 범죄를 희화화한 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가 뭇매를 맞자 해당 학교들이 줄줄이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영상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무작정 뒤쫓는 장면을 담은 이른바 '밤에 모르는 여자 집 바래다주기' 콘텐츠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8일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가장 먼저 논란이 불거진 것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K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의 한 소모임 계정이다. 최근 이들은 '흔한 전전(전기전자공학부)의 안전 귀가 서비스'라는 제목의 10초 분량 짧은영상(숏폼)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골목길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쫓아가는 장면과 함께 '랜덤으로 아무 여자 골라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고 "스토킹 범죄를 연상케 한다", "유머로 소비되기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소모임은 영상을 삭제하고 이날 사과문을 올렸다.
소모임 측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가볍게 여겨 웃음 소재로 삼은 경솔함을 깊이 반성한다"며 "범죄 행위를 모방하거나 조롱할 의도는 없었으나, 많은 분께 불쾌감과 위협감을 드린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콘텐츠는 다른 대학에서도 등장했다.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C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는 중간고사 간식 이벤트를 홍보하며 남학생 여러 명이 여학생 한 명을 뒤쫓는 릴스를 게시했다. 자막에는 '밤늦게 공부하면 위험하니까 학우 과방 빨리 데려다주기'라고 적혔다.
대전시 유성구 소재 H 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학생회도 유사한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들은 "영상 속 상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불찰"이라며 "사회적 문제를 가벼운 웃음 소재로 삼은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복된 강력한 스토킹 범죄들이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여성을 쫓는 장면'을 웃음거리로 삼은 콘텐츠가 대학가에서 유행처럼 확산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콘텐츠는 지난해 말부터 틱톡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유행한 영상 시리즈를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에 아무 소녀들이나 안전하게 집에 바래다주기 파트 72(Helping random girls get home safely at night Part 72)'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5712만회, '좋아요' 842만개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물은 어두운 골목에서 모자나 복면을 쓴 남성이 여성을 뒤쫓거나 위협하는 장면을 연출해 챌린지처럼 퍼졌다. 일부 영상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거나 남성이 여성의 팔을 붙잡는 장면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진짜 스토킹이 아니라 유행 영상 따라 한 것일 뿐"이라며 과도한 비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 대학교 재학생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누가 봐도 짜고 치는 상황인데 과민반응"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여전히 논란의 본질을 인지하지 못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