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레트로 상품 출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맛과 브랜드 서사를 다시 꺼내 소비자가 익숙한 맛에 손을 뻗게 만드는 전략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삼양1963’ 라면은 출시 5개월여 만에 월 판매량 700만개를 넘어섰다. 삼양1963은 1963년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소기름인 우지를 사용해 면을 튀긴 게 특징이다. 과거 논란에 휩싸인 적 있는 우지를 브랜드 정통성으로 전환했다.
주류업계도 레트로 경쟁에 가세했다. 오비맥주는 과거 ‘OB맥주’초기 패키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비라거’ 뉴트로 제품(사진)을 이달부터 한정 판매한다. 장수 브랜드의 디자인 자산을 다시 꺼내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최근 식품업계 레트로 전략의 특징은 단순 복원이 아니라 ‘재해석’으로 소비자 수요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원재료와 제조 방식, 패키지, 체험 요소를 현대적으로 바꿔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힌다. 삼양식품이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완전히 낯선 제품보다 익숙하지만 조금 새롭게 바뀐 상품에 더 쉽게 반응한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검증된 맛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를 ‘검증된 맛의 재소비’로 해석한다. 4050세대에게는 추억의 맛으로, 2030세대에겐 새로운 복고 콘텐츠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개발 비용과 마케팅 부담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반응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세대를 가로질러 소비층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스낵 시장에서 ‘장수 브랜드’의 지배력은 뚜렷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소매점 기준 과자류 매출 1위는 농심 ‘새우깡’이었다. 매출은 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리온 ‘포카칩’은 544억원으로 2위에 올랐고, 롯데웰푸드 ‘꼬깔콘’은 412억원을 기록했다. 상위권에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제품이 다수 포진했다.
업계에서는 레트로 상품 출시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전쟁 여파로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인지도가 쌓인 브랜드는 크지 않은 비용으로도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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