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재산인지, 아내 증여인지가 관건
대법원 “아내도 공동재산 형성 기여”
이혼을 앞둔 남편이 결혼 생활 중 아내에게 넘겼던 토지를 두고 “명의만 빌려줬던 것”이라며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부가 장기간 경제적 공동체 생활을 했고 남편의 단독 소유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아내에게 소유권 이전등기한 땅을 다시 돌려달라며 남편이 제기한 소송에서 남편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남편과 아내는 지난 1980년에 결혼해 4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16년 남편의 부친이 사망하면서 남편은 아버지 소유 토지를 상속받았다. 이후 상속받은 토지의 5분의 3 가량을 아내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2023년 남편의 가정폭력에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됐고 상속 토지가 법적 다툼으로 떠올랐다. 남편이 아내에게 유리통을 던져 아내 눈에 피멍이 들고 머리를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협의이혼을 신청, 이후 남편은 토지 소유권을 돌려달라며 아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는 아내 명의로 된 땅을 남편의 재산으로 봐야 하는지, 아내에게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남편은 땅을 아내 명의로 넘긴 것은 토지 처분 시 발생할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증여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이 땅을 증여한 것이라고 맞섰다. 만일 이 땅을 명의만 아내 것으로 된 남편 땅(명의신탁)으로 결론 나면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앞서 1심은 아내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토지 관리를 아내가 해온 점에 비추어보면 토지를 아내에게 증여한 거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에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의신탁이 아니라) 단순 증여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또 불화가 없었더라면 아내에게 땅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반면 2심에서는 남편이 승소했다. 남편이 토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서 발생한 각종 비용을 부담한 점이 근거였다. 또 소유권을 넘긴 후에도 남편이 토지지분에 관한 등기필정보(땅문서)와 등기완료통지서를 소지하고 있던 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단순한 명의신탁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토지 이전등기 비용, 재산세 등이 모두 남편 명의 계좌에서 지출됐으나 두 사람은 부부로서 장기간 경제적 공동체 생활을 지속했다”며 “아내가 가사·육아를 전담하며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했다. 위 비용은 부부 공동재산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기권리증이 부부의 집에 보관되어 있던 이상 남편이 이를 단독으로 소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편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에서 이 사건 토지지분을 제외하기 위해 이혼소송 무렵 뒤늦게 명의신탁을 주장하고 있다는 아내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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