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변호사에게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미국 변호사 A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저는 한국이 무서웠다. 제일 가까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정적이 됐다”고 울먹이는 등 횡설수설하며 발언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11-1부(박재우 김영훈 박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51)씨의 살인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정신적 요인으로만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출발은 격분에서 시작했지만, 진행 방법은 의도적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한국이 무서웠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진실도 왜곡되고, 정의도 없고 약자로서 다수에게 매도 당한다. 우리가 외국에서 결혼한 커플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왕따 피해자였다”며 “여러분은 제가 권력자라고 생각하는데 정반대이며, 제가 먼저 용서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다소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극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지 계획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10여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며 노력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형은 많이 부당하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유족은 울먹이며 “범행에 대한 분명한 인정과 반성이라는 기초에 이뤄지는 게 합의인데, 이 시간까지 그런 느낌은 받을 수 없다”며 “정의라는 부분에서 양형요소를 한 번 더 고려해달라”고 엄벌을 호소했다.
국내 대형 로펌에 다니다 퇴사를 한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를 하다 자녀의 옷을 가지러 온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 부친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부친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야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과거 정신병원 치료 병력도 밝혔지만, 검찰은 의도적 범행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달 18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