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추모 문화 확산… 씨랜드 추모 공간으로 이어져
576㎡ 규모, 추모 조형물·휴게 공간·공원 등
인근 화성 서해마루 유스호스텔도 조성, 9월 개관
경기 화성시가 지난 1999년 발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26년 만에 조성한다.
씨랜드 참사는 당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고로, 대표적인 인재(人災)로 꼽힌다.
13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서신면 백미리 궁평항 인근에 씨랜드 화재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오는 17일 착공한다.
추모공간은 총 576㎡ 규모로, 부모가 아이를 감싸 안는 형상의 추모 조형물과 함께 휴게 공간, 공원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총 3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오는 5월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추모 조형물의 주제는 ‘안전한 쉼터’로 희생자들을 나타내는 형상의 조형물로 설치돼 편안한 품속에서 걱정없이 쉬었으면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씨랜드 참사는 1999년 6월 30일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위치한 청소년수련원에서 서울 송파구 소망유치원 원생들이 수련 활동 중 화재에 휘말리며 유치원생 19명, 인솔 교사 1명, 레크리에이션 강사 3명 등 총 23명이 사망한 참사였다.
당시 씨랜드는 컨테이너 50여 개를 불법 개조해 숙소로 사용했으며, 인허가 비리와 부실 관리 등이 드러나면서 대표적인 인재로 기록됐다.
하지만 참사 이후 추모 공간 조성은 오랜 시간 추진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사회 전반에서 재난 사고 후 추모 공간을 조성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고, 이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이 꼽힌다.
또 사고 당시 유족들의 슬픔이 너무 커서 별도의 추모 공간 조성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을 겪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재난을 기억하고 교훈을 남기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씨랜드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공간을 조성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화성시는 2022년부터 유족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추모 공간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추모공간이 들어서는 위치 선정 과정에서도 유족과 시의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 애초 제안된 도로 인근 부지에서 유족의 요청에 따라 관광단지 내 좀 더 안쪽으로 장소가 조정됐고, 이에 따라 행정 절차가 추가로 진행돼 일부 지연되기도 했다.
아울러 추모공간 인근에는 청소년수련시설인 ‘화성 서해마루 유스호스텔’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이 시설은 약 1만 458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되며, 103개 객실과 수영장, 루프톱, 스포츠 체험 공간 등을 갖춘다. 총 사업비는 약 561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9월 개관 예정이다.
시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청소년들이 인근 추모 공간을 방문해 씨랜드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배우는 교육적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번 추모공간은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동시에 사고의 교훈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