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전문 세종병원 “필수의료 그만두고 비급여 치료하겠다는 유혹 들지 않게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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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만큼은 서울의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고 세종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17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 인천세종병원 11층 신속대응팀실. 인천세종병원과 부천세종병원을 산하에 둔 혜원의료재단의 박진식 이사장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입원 환자 대상으로 심정지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 뒤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환자 60여 명의 심전도가 실시간으로 보였다.

● 심장수술 年 1500건 진행

1982년 개원한 부천세종병원은 301병상 규모의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전문병원이다. 인천세종병원은 2017년 문을 열었고 307병상 규모로 운영한다. 두 병원은 합쳐서 연간 약 1500건의 심장수술을 진행한다. 심장내과 전문의 26명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14명이 두 병원에 나눠 근무하고 있다. 심장 관련 의료진 규모는 5대 대형병원과 비교할 때 부족하지 않다. 특히 부천세종병원은 소아 심장에 특화돼 소아청소년과 심장 전문의 8명과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4명도 있다. 이는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소아심장세부전문의(143명)의 5.6%,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41명)의 10.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부천세종병원은 중증 응급환자 이송 및 치료를 위한 전국 의료기관 협력체계인 ‘세종심혈관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병의원이 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언제든 부천세종병원 심장 전문의와 연결할 수 있고 빠르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2일 대동맥 박리로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이송한 50대 환자가 적기에 치료를 받았다. 16일에는 승모판막폐쇄부전 증상을 보인 50대 환자가 충남 소재 병원에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박 이사장은 “심장 환자는 급작스럽게 치명적인 증상 보일 때가 많다. 언제 중환자가 이송될지 몰라 심장 전문의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병원처럼 잘한다는 지역 병원 더 나와야”

정부는 현재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육성해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천세종병원과 인천세종병원은 심장수술 등에 특화된 2차 의료기관 우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오병희 인천세종병원장은 “현재는 전문병원에 분야별로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병원 역량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며 “환자들이 ‘심장은 서울 상급병원처럼 잘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세부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2차 의료기관인 만큼 의료진 유출도 상당하다. 박 이사장은 “부천세종병원은 ‘심장병 사관학교’라 불리는데, 전국 심장 분야 명의는 거의 우리를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희소 분야 인재를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상도 없고 의료진들은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했다. 김순옥 인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은 “환자 중증도가 높다 보니 간호사 교육·훈련에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는데, 급여·인력·브랜드 파워 문제로 이들이 대학병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상급병원만큼 중증 환자를 보고 성과를 낸다면 2차병원에도 같은 지원을 해 인력이 여기에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3차 진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김경섭 인천세종병원 공공의료실장은 “같은 방법으로 같은 환자를 치료해도 중환자실 수가는 상급종합병원의 78%, 격리실 수가는 64%까지 떨어진다”며 “위험도·난도를 고려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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