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 전자신문 DB]한국은행이 중앙은행 화폐와 은행 예금을 토큰화한 미래 화폐제도 플랫폼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고, 정부 국고금 집행에 적용해 금융 인프라 혁신을 주도한다.
1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서 '프로젝트 한강'의 실증 성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신 총재는 “유럽중앙은행이 유사한 청사진을 2028년 제시할 예정인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디지털 화폐 인프라 구축 성과는 유럽보다 2년가량 앞서 있다”며 “철저한 준비와 선제적 혁신으로 미래 화폐제도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통합원장은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토큰화된 상업은행 예금, 국채 등 자산이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에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전문 교환, 청산, 결제 단계를 하나로 통합해 자산 인도와 대금 지급이 동시에 완결되는 원자적 결제를 수행한다. 다른 은행 간에 토큰화된 예금을 이체할 때는 송금 은행의 토큰을 소각하고 중앙은행 화폐로 정산한 뒤 수취 은행이 새로 발행하는 방식을 적용해 화폐의 단일성을 보장한다.
신 총재는 화폐 혁신의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장부상의 돈이 등장하자 환어음이 생겨나 상업이 꽃피었고, 전산화가 이루어지자 금융거래가 스마트폰에 들어왔다”며 “다음 단계인 토큰화는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거래 조건과 실행 규칙까지 품은 똑똑한 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중앙화 블록체인의 한계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명확히 짚었다. 신 총재는 “누구나 참여하는 비허가형 블록체인은 안전성을 높일수록 비용과 수수료가 치솟아 사용자가 흩어지는 분절화가 발생하고 화폐의 단일성이 훼손된다”며 “중앙은행의 신뢰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환경으로 확장하면 값비싼 합의 경쟁 없이도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국은행은 7개 참가 은행과 시스템을 구축해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일반 이용자 8만명이 참여한 1단계 실거래 실험을 안정적으로 마쳤다. 올해 하반기에는 참가 은행을 9개로 확대해 2단계 사업에 착수한다. 2단계에서는 정부 재정 집행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도입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가 첫 대상이다.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지정된 용도와 기간 내에서만 국고금을 쓰도록 사전에 규칙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신 총재는 “재정 집행 방식을 사후 감사 중심에서 사전 규칙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떠받치는 토대 자체를 바꾸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채 등 핵심 자산을 플랫폼에서 직접 발행·유통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주요 8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국경 간 지급결제 개선 사업인 '프로젝트 아고라'와 국내 시스템을 연계해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넓힐 방침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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